과월호 보기

2021년 12월

두려움을 비우고 평안을 채우다

과월호 보기 이지선 성도(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

아이가 두 돌이 지났을 무렵이다. 갑자기 열이 나더니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체온 조절이 되지 않고 기운이 없어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흘이 돼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결국 그 아프다던 독감 검사를 두 번이나 해야 했다. 괴롭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아픈 아이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친정 엄마에게 아픈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일도 괴로웠다. 출근하는 엄마를 보며 서글프게 우는 아이를 뒤로한 채, 나는 끊임없이 자책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깊은 괴로움에 빠진 그때, 갑자기 절망과 어둠뿐인 마음을 비집고 한 가지 생각이 들어왔다. “애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 아이는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아이인데. 그래, 이 아이는 그분이 붙들고 계시구나.” 그 순간, 마음이 와르르 내려앉았다. 내 아이라고,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해 보려 했던 교만과 어리석음, 두려움이 무너진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입술로는 고백하면서도 하나님을 구석으로 밀어 놓고, 내 힘으로 해 보려고 아등바등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나를 에워쌌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음을 인정할 때, 하나님의 평안이 내 마음에 가득 찼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바라보고 말씀하시며, 인도하시는 주님의 사랑이 밀려와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 나를 붙드시는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 아이를 하나님께 맡깁니다. 또한 내 삶을 맡깁니다. 주님 없이 아무것도 아닌 나를 붙드시고 인도해 주세요.”

그 후 아이는 건강하게 회복되고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장난꾸러기 어린이가 됐다. 아이가 자라며 하나님을 향한 내 믿음도 한 뼘씩 자라 가고 있다. 내 모든 삶 가운데 함께하시고 일하시며, 그 은혜를 깨닫게 하시는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