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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내 보호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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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심한 몸살이 찾아왔다. 약을 먹고 자고 난 뒤에도 여전히 열이 많이 나고 몸이 쑤셨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약속이 있어 외출하던 중 주사라도 맞는 게 좋을 것 같아 병원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아들이 아내에게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가시는데 왜 엄마까지 가세요?”라고 묻자 아내는 “엄마가 아빠 보호자니까 당연히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보호자’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붙들었다. ‘내게도 보호자가 있구나.’ 평소에는 소녀 같던 아내가 내 보호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나만 우리 가족 모두의 보호자인 줄 알았는데 내게도 보호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했다. 우리 부부의 삶을 뒤돌아보니 우리는 서로에게 든든한 보호자였다. 서로의 생각을 보호했고, 서로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지원했다.
아내가 새로운 일에 주저하며 절절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큰딸 하나를 키우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아내는 내가 힘들고 마음이 어려울 때 가장 따스한 품으로 안아 주고 위로해 준 사람이었다. 내 무거운 짐을 쉽게 벗어 던지고 주님의 십자가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도 아내다.
때로는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자 할 때 말없이 내 생각을 존중해 주며,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사람 역시 아내다.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아내가 내 삶의 보호자였던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부부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돼 준다는 것은 서로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밖에서 겪는 불안과 걱정, 염려가 피난처에 들어오면 회복되기 때문이다. 서로를 안심시켜 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위기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보호자가 배우자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마음을 헤아려 외로움이 아닌 소망을 갖게 하는 사람, 온 세상이 외면해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단 한 사람이 바로 배우자다.
부부는 서로를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삶을 보호해 주는 관계다. 5월, 내 아내가 행복한 내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마음껏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