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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내게 있는 것으로 인생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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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문법 중 하나가 가정법이다. “내가 만약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장 속에 우리는 현재 갖지 못한 것들을 다 담아볼 수 있다.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 어린 시절 난 가정법 문장 속에 담아 뒀던 많은 생각들을 ‘꿈’이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그 꿈속에 담아 뒀던 많은 상상들은 나이가 들면서 상실될 때가 많았다.
어떤 사람들의 인생은 꿈의 크기가 작아지고, 꿈이 아닌 상실의 경험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상실로 인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은 가정법 문장을 “…하기만 했었더라면”으로 바꿔 쓰기 시작한다.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현재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주어진 것들이 사라질 것을 예측하지 못해 관리하지 못했다면 그 소중함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잘 다뤄 가면 된다. 후회와 절망으로 짜인 생각의 감옥에 자신을 밀어 넣지 말자. 내 인생에 이뤄지지 않았던 일들, 주어졌으나 없어진 것들, 갖고 있으나 무의미해진 일들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자.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현재와 미래를 위해 행복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고개를 뒤로 돌린 채 앞으로 걸어갈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 내 곁에 있고 내 손에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자.
직장인들은 퇴직하는 동시에 직장에서 해 왔던 일들과 결별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했던 일들은 직장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쓰일 일이 많다. 내가 해 보지 않았던 일을 하려고 무모한 시도를 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통해 새로운 일을 찾아보거나 자원봉사를 해 보자.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멘티가 찾아와 검은 수첩을 선물로 주고 갔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인 그는 취미로 배운 가죽공예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나아가 가죽공예가 자신의 두 번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은 내 생각이고 능력이며, 내 미래를 채워 줄 희망이다. 내게 없는 것들을 붙들고 후회하며 시간을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내게 있는 것으로 내 인생의 즐거움을 엮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