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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헤아리며 살 수 있을까? 우리가 미래를 바라본다면 얼마나 앞서서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을 해 본다.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 질문들의 공통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때, 현실은 꿈과 다르게 변경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열정적인 인생을 사는 중년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따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며 좌절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꿈꾸는 대로 현실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복잡한 사고는 체계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너무 많은 것들을 헤아리다 보면 인생은 복잡해지고 힘들게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인생은 단순해야 한다.
며칠 전 아프리카 아이들이 찍은 사진들을 봤다.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멋있었다. 구도도 좋았고 색감도 좋았다.
나도 취미로 사진을 찍기 위해 가끔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간다.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조절하며 수백 장에서 수천 장이 넘는 사진들을 찍지만 쓸 만한 사진은 몇 장 안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일회용 카메라로 아름다운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렇게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을 다 헤아리려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적당히 헤아리자.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자. 너무 많이 생각하다가 생각의 짐에 짓눌리고, 너무 멀리 헤아리다가 생각의 길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맞이한 날씨는 변경할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한 날씨에 적응하듯 하루를 살고,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살자. 단순한 인생은 지나친 희생과 헌신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