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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10년이 흐른 후 되돌아본 은혜들

과월호 보기 손근영 집사(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11년 만에 이사를 했다.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이곳에서의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 특히 10년 전, 쌀쌀하지만 매우 화창했던 어느 봄날이 떠올랐다. 대심방 기간이라 담당 목사님을 따라 구역 식구 몇 가정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편함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보였다. 아이들 학교와 교회 근처로 2년을 계약하고 들어와 산 지 1년이 지난 때였다. ‘이사를 갈까, 연장할까’ 생각하던 시기였는데 경매라니….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정신이 아득해졌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남편과 나는 양가 부모님과 교회 식구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끝내 연락이 안 됐고, 전세금을 고스란히 떼였다. 집주인에 대한 원망, 이사를 너무 섣부르게 진행했다는 자책으로 몇 날 며칠 불면의 밤을 보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전세금을 포기하고 나가는 일도, 그렇다고 집을 떠안는 일도 경제적으로 크나큰 손실이자 부담이었다.
결국 경매에 참여했고, 10년이 흘렀다. 중학생이던 아들은 군대를 다녀와 복학해 졸업을 앞두고 있고, 초등학생이던 딸은 대학교 3학년이 됐다. 매매 계약을 마친 날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너무너무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이 모든 시간이 감사하다!”라고 결론지었다. 우리 부부도 크고 작은 일을 함께 겪으면서 조금이나마 성숙해진 모양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통해 우리를 기도하게 하셨고, 찬양하게 하셨으며, 말씀을 가까이하게 하셨다. 늘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어떻게든 기도의 자리로 불러내 함께한 믿음의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말씀과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나 역시, 폭풍이 거셀 때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지만,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만큼은 흔들리지 않게 됐다.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는 갈렙의 고백이 내 고백이 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