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1년 10월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시는 하나님

과월호 보기 김무신 집사(경기도 시흥시 은행로)

초등학생인 아들과 드론을 날렸다. 조종을 하지 않으니 드론은 제법 강한 바람에도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제자리 비행’이라는 뜻의 호버링(hovering) 기능이 있어서다. 영어 성경에서 같은 단어를 발견했다. 

“the Spirit of God was hovering over the waters”(Genesis 1:2, NIV).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를 운행하시니라”는 말씀에서 ‘운행하시다’에 ‘hovering’이 쓰였다. 은혜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하나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어떠하든지 하나님께서는 항상 그 자리에 계셨다. 눈을 들면 거기 계시는 분, 나의 아빠 아버지이시기를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으신 하나님.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돌아보던 중 지난날의 부끄러운 기억이 스쳤다.

청소년 시절 나는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어느 날 목사님이 “무신아, 교회는 기도하는 집이다. 기도하고, 예수님을 증거하러 나가자!”고 하며 노방전도를 강권했다. 그리고 내게 나무 십자가를 지게 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수님이 부끄럽고, 십자가가 부끄러웠다. 

어깨에 걸친 십자가는 그저 나무 조각에 불과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훗날 주님 앞에 어떻게 설 수 있을까 회개하는 마음뿐이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외면하신 적이 없는데, 나는 왜 그때 하나님을 외면했을까? 

그런 내게 주님께서는 “무신아, 괜찮다. 내가 너의 가장 못난 자리를 덮어 주겠다. 그래서 내가 하나뿐인 아들 예수를 보내 십자가를 지게 했다. 네가 나를 외면해도 나는 너를 구원할 것이고, 울타리를 치고 너를 붙들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드론의 기능 중에는 RTH(Return To Home)가 있다. 처음 비행이 시작된 위치로 회귀하는 기능이다. 우리의 진정한 집, 그 본향으로 돌아가는 날, 나 같은 죄인을 이토록 사랑하신 주님의 품에 안겨 감사의 제사를 올려 드리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