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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마음이 아픈 자들의 친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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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가 어려운 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내가 봐도 이혼하는 게 훨씬 나아 보일 때가 있다. 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무조건 참고 살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이혼을 권유할 입장도 아니니 곤란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이 있거나 매우 심각한 언어폭력과 습관적인 외도 또는 중독에 빠진 배우자와의 이혼을 상담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게 된다. 부부가 같이 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혼을 선택하게 됐을까’라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은 차갑고 냉정하다. 이혼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거리감을 둔다고 한다. 본인의 이혼 사실을 직장에 알리기는 알려야 하는데,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 두려워 난감해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각양각색의 가슴 아픈 이혼 사유들이 있다. 이런 경우, 둘 중의 한 사람은 피해자다. 아픔을 일방적으로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주변의 시선은 칼바람처럼 상처 난 가슴을 파고든다. 왜 그렇게 힘든 결정을 했는지, 끝까지 참을 수 없었던 사연은 무엇인지 헤아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일들로 인생이 흔들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힘겹다. 누군들 상처받고 싶어서 상처받았겠는가?
이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있을 마음의 아픔들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더 깊게 만들기보다는,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지지해 치유에 도움을 줘야 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그들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가정을 파괴시킨 가해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좀 더 따뜻한 가슴으로 상처받은 자들을 품으며 함께해야 한다. 인생의 바람막이숲이 돼 주기도 하고, 다시 한 번 미소 짓고 일어설 수 있도록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