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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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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의 불치병 중 몇 가지를 들라면 체면 문화와 “내 나이에…”라는 나이 집착증이다. 평소 관심에도 없었던 나이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순간 문제가 생기면 “당신 몇 살이야?”라며 화를 낸다. 어떻게 어린 사람이 나이 든 사람에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체면 때문에 괜히 고집부리는 모습이야말로 부끄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라 하겠다.
왜 그럴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남자들은 자신이 밀리는 것 같고 초라해지는 것 같은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사회 중심부에서 밀려나게 되면 결국 내세울 건 나이 많은 것과 체면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인생의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요즘 남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들이 ‘고감사’(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바마’(오직 바라고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기를), ‘당신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기 발전을 위해),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해)라고 한다.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남자로서 듣고 싶은 말들, 그리고 마음에 담고 싶은 속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남자들은 주름살이 늘어갈수록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들도 많아진다. 가슴속에 담은 이야기들은 많지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친구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 든 남자의 이야기는 해결점이 쉽지 않다. 나이만큼 곰삭은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때는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다.
혹시 마땅히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면 스스로를 초청하자. 길을 걸으면서, 때로는 거울 앞에서 잠깐이라도 스스로를 다독이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내게 꼭 필요한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과의 대화인 기도로 나아갈 수 있다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오래된 마음의 찌꺼기들을 스스로 퍼내자. 그리고 내 인생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맑은 마음을 스스로 이끌어 내자. 마음 가운데 어두운 면이 있다면 밝은 햇살을 향해 스스로를 돌려 앉히고 따스함을 비춰 주자. 내가 나를 위한 배려와 돌봄을 시작할 때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주변을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