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이 주연한 <황후花>라는 영화를 보면 중국 당나라 말기 중양절 축제를 앞두고, 황제가 북쪽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떠났던 둘째 아들 원걸 왕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황제와 황후, 세 명의 왕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 중양절을 보내기 위해서 모였지만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행복이 머물 수 없도록 이미 많은 죄악과 갈등이 그들과 동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깊어만 가는 자신의 병색에 황제가 연관돼 있음을 감지한 황후는 원걸 왕자와 중양절에 거대한 반란을 계획한다. 드디어 시작된 축제의 밤에 가족이 서로 죽이고 죽는 참담한 사건이 전개된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 가운데 왕위를 물려줄 사람을 찾지만, 아버지의 꿈을 공유하고 있는 아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과 같다. 궁궐 마당에 가득한 노란 국화, 그리고 왕의 가족들만을 위한 높은 단상을 세우고 엄청난 크기의 화려한 식탁을 마련해 놓았건만 홀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고독한 왕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화려한 식탁은 있지만 마주앉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가족은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왕이지만 가장으로서의 행복은 갖지 못했다.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 해도 가족이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인생이다.
부자들은 세상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상을 향해 줄달음질하는 남자들의 끝은 허탈할 뿐이다. 남자들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최고만 추구한 인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정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최고의 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이란 잠깐이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지향하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소중한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기보다 내 인생의 소중한 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리에 최고의 기쁨이 존재한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최고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며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면 순간순간이 최고일 수 있다. 어떤 일에서든지 최선을 다하면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을 놓치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