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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오늘 하루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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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몸을 이끌고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지내온 직장 생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열심히 일했지만 요즘은 우울하기만 하다.
‘평생직장’이라는 기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 생활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퇴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온 직장 생활을 뒤돌아보니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온 세월이었다.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모두가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들이 이곳저곳에서 느껴진다. 직장 생활도 예전 같지 않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었던 젊은 시절과 다르게 요즘은 생각을 아무리 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집에서도 모처럼 아이들 방에 들어갔다가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어색하게 있다가 나와 버렸다.

20년 동안 한 직장을 다닌 50세 남성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사람은 위로받을 때 행복하다. 누군가 내 힘겨운 삶을 이해해 줄 뿐만 아니라 존경해 주는 것 같은 행복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로받기가 쉽지 않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워 서로 위로할 여력이 없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위로해 보자. 그동안 살아온 내 삶에 대해서, 전쟁터 같은 직장 생활을 잘 견뎌온 대견한 내게,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살아온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삶에 휘둘려 지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야~ 너 참 많이 수고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 줘서 고마워.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네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 누가 뭐래도 너는 멋있는 인생을 살았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나는 오늘도 내게 말해 줬다. “오늘 하루 잘 지내줘서 고맙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