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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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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이멜다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녀는 남편 마르코스가 필리핀을 통치한 21년 동안 해외를 방문할 때면 여행가방 200개를 갖고 다니면서 호화 쇼핑을 했다. 1986년 쫓겨난 뒤 궁전 같은 저택이 공개됐을 때 그곳에는 3천 켤레의 구두와 수많은 드레스가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구입한 화려한 옷과 구두들은 그녀의 행복을 지켜 주지 못했다.
이처럼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돈은 쾌락을 맛보게 하지만 하나님 없는 쾌락의 대가는 항상 참혹하다.
2007년 영국 런던대학교 연구진은 행복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위해 영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재의 행복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이어 보통 사람이 매년 얼마의 돈을 벌어야 행복도가 올라가는지 연구한 후 두 자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약 5억 5천 700만 원의 연봉 상승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혼은 연간 9천 870만 원, 배우자와의 사별은 연간 1억 6천만 원을 잃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나타부드 포우드사비 박사는 원활하고 다양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비결임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행복에 대한 여러 가지를 돈으로 환산해 보지만, 과연 이 비용으로 잃어버린 행복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누구나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히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 중에 행복한 것들이 많다.
돌아보니 내 결혼생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으로 가득하다. 한 여자를 사랑해 이룬 결혼, 그리고 얻은 첫째 아이가 준 생명의 신비함과 해맑은 미소, 옹알이, 예쁜 짓들은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그 후 이란성 쌍둥이를 가슴 가득 안았을 때의 행복감은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다. 세 아이와 함께 눈 내리는 날에는 눈싸움을 하고, 한여름에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양팔에 아이들을 하나씩 눕히고, 가슴에 또 한 아이를 올려놓고 잤던 낮잠 역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행복이다.
이 모든 것들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자, 선물이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언제까지 돈만 벌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행복을 포기하고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