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이션(Donation)! 다른 식으로 발음하면 “돈 내시오, 더 내시오, 다 내시오.”
나는 이런 일을 안 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죽어도 안 한다며 목숨을 걸었다. 그런 내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러빙유(Loving You) 때문이다. 사모와 크리스천 여성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이다. 40차 동안 40명가량의 봉사자들이 2박 3일 내내 무료로 봉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전액을 장소 사용료에 쏟아 부어야 하니 매번 적자가 났다. 자주 개최할 수가 없어 1년에 겨우 사모와 여성을 대상으로 각각 두 차례씩 진행한다. 그럼에도 세미나가 끝나면 참가자들의 추천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대학·청년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거식증, 폭식증, 우울증, 폭력, 자살, 성, 휴학 등 병리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대학입시 때문에 사춘기를 억누르고 지냈던 이들이다. 0~3세에 안정 애착형성이 안 됐다.
불안정한 성장환경 때문에 정서적 기반이 불안했다. 존재의 힘마저 약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살아온 리모트 컨트롤 로봇이었으니, 작은 스트레스나 외부의 충격적인 사건을 견딜힘이 없다. 뒤늦게 온 몸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죽어가는 영혼들의 애절한 구조 요청을 외면했다. 기다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도네이션 해달라고 말하는 고통보다 더했다.
그래서 러빙유 센터 건립을 위한 100인 100구좌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 교회 최초로 건립되는 여성·사모 전문치유센터다. 죽기보다 싫었던 일을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하니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최고의 고단수 후원자셨다. 한걸음 앞서 누군가에게 부담을 팍팍 지우시니 말이다. 이 거룩한 부담을 느껴 도네이션을 결심한 분들이 3주 만에 30명을 넘어섰다. 최단기간 최다기록을 세웠다. 이들 모두 생활비를 쪼개서 매달 10만원씩 분납했다. 장애를 가진 싱글맘, 암 투병중인 사모, 미자립 교회 사모 등. 그래서 더 눈물겹다.
바울은 명령하고 있다.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헌금을 미리 준비하라고 말이다. 참 당당하고 담담하다. 당연한 의무를 말하는 어투다. 난 아직 바울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거룩한 부담에는 순종해야 함을.
연말이다. 병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돈 내시오! 더 내시오! 다 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