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가 있었다. 배를 훔치려던 둘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분개한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가만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했다. 회의가 소집됐다. 목을 매달아야 한다는 극한 주문에서부터 처음이니까 기회를 줘야 한다고도 했다. 의견은 분분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잠잠히 듣고 있던 촌장이 입을 열었다.
“설령 저들의 잘못이 크다 해도 그 목숨까지 빼앗을 자격이 우리에겐 없소. 그렇다고 충고만 하고 끝내기에는 일이 너무 중하니 도둑질을 했다는 표식을 남기면 어떻겠소. 저들이 지은 죄를 두고두고 후회하며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두 형제의 이마에 글자 ST가 새겨졌다. Ship Thief의 약자였다. 사람들은 볼 때마다 ‘배 도둑’이라고 수군거렸다.
수모를 견디기 어려웠던 형은 어느 날 야밤에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글자까지 버려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어디를 가도 ST가 따라다녔다. 궁금해서 묻는 사람들이 싫어 숨어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괴로움과 회한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밤마다 악몽을 꿨다. 한 번의 범죄 행위에 대한 가혹한 형벌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어디를 가도 죄를 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죗값을 달게 받기로 결심하고,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손가락질도 묵묵히 견뎌냈다. 세월이 켜켜이 쌓여가며 사람들 역시 저들의 일에 바빠졌고, 끝내 또 다른 화제로 그들의 관심은 희미해져 갔다.
동생은 그야말로 참회하는 심정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열중했다. 사람들은 동생의 모습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스스럼없이 다가왔고 도움을 청했다. 그때마다 동생은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가 그 마을을 지나가게 됐다. 한 노인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 ST를 보고 궁금해 물었다.
동네 사람이 대답했다.
“저분은 우리 마을의 자랑이자 우리 모두의 존경의 대상이랍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지요. ‘저분처럼만 살아라.’ 이마에 새겨진 글씨는 성자(Saint)의 약자랍니다.”
이마에 늘어가는 주름을 오선줄 삼아 ‘Saint’를 새겨놓고 싶다. 언젠가 내 손자 손녀들이 할머니의 이마의 표식을 따라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보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