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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고태석 성도(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책이 내 삶에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사서 책꽂이에 두면,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읽으라”며 내게 말을 건넬 때가 있다.
2년 전 췌장암으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도저히 회복되지 않을 것 같던 때가 있었다. 사람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제럴드 싯처의 《하나님 앞에서 울다》라는 책을 만나게 하셨다.
개인마다 각기 다른 경험일 수밖에 없는 슬픔이, 같은 책을 통해 회복된다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은혜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 그냥 묻어 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연히 책장에서 찾아 읽게 된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치유되지 않은 상실의 고통을 직접 만나게 하시고, 더불어 다른 이들의 슬픔과 고민을 공감하지 못하는 내 모습도 보게 하셨다.
《하나님 앞에서 울다》는 교통사고로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까지 한꺼번에 잃은 제럴드 싯처의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나는 슬픔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토닥인다.
슬픔을 억지로 치우려 하지 말고, 슬픔의 주위에 꽃을 심고, 오솔길을 내어 종종 찾아가서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슬픔과 상실의 해결이 아니라, 애통함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듯, 책을 통해서도 위로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시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나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울 수 있는 은혜가 있음에 감사했다. 영원한 나의 아버지가 되셔서, 슬픔 가운데도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