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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슬픔이 감사로 새겨지다

과월호 보기 오미영 집사(경기도 오산시 오산로)

 2018년 봄, 임신 26주 차에 초미숙아(490g)로 태어난 드림이는 한쪽 폐가 열리지 못한 채, 먼저 하나님의 품으로 갔다. 누구보다 동생을 기다렸던 첫째 아이는 당시 6세로 슬픔을 크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해 여름 심한 임파선염으로 일주일간 입원을 하기도 했었다. 이후 우리 가족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았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슬픔과 드림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모르게 많이 울었다.
우리 부부는 슬픔과 상처로 인해 혹여 하나님을 원망하는 악을 범하지 않고, 주변의 시선이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를 기도하며 마음을 붙잡았다.
그해 말 나는 NGO에서 진행하는 소외 계층을 위한 영어 강사 교육을 받게 됐다. 그리고 다문화 아이들이 대부분인 지역 아동 센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직 알파벳도 모르고, 수업 시간 내내 엎드려 있거나, 자주 화를 내고 싸우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그러자 점차 아이들은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고, 자신감 있고 밝은 모습을 보여 줬다.
하나의 세포였던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한 일인지 드림이를 통해 깨달았기에, 이 아이들 또한 사랑의 마음으로 품고 함께 배움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하루도 채 살지 못한 아들을 통해 주님께서 깊이 새겨 주신 것이다.
며칠 전 딸아이가 머리를 빗으며 “엄마, 드림이가 살았다면 지금 몇 살일까요? 드림이는 천국에 있죠?”라고 물었다. 나는 “그럼, 드림이는 천국에 있어. 모두 천국에서 만날거야. 천국에서 멋지게 만나기 위해서 오늘도 화이팅 하자!”라고 딸에게 답했다.
누군가는 하나님께서 슬픔을 주셨다고 말하겠지만, 드림이를 통해 ‘영혼 사랑’과 ‘천국 소망’까지 주셨으니 이것은 ‘감사’이다. 오늘도 나는 드림이를 통해 주신 감사를 마음에 새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