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1년 08월

내게 소중한 가정을 허락하신 은혜

과월호 보기 안재희 집사(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유난히 춥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내게 귀한 딸을 주셨다. “이 정도면 임신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축하드려요.” 다소 모호했던 산부인과 선생님의 말에 솔직히 얼떨떨했다. 우리 부부는 2년의 기다림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는데, 힘든 시간을 겪었던 우리에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좁쌀만 했던 태아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 신기했고, 초음파에서 반짝거리는 심장 박동이 너무도 신비롭고 예뻐서 태명을 ‘반짝이’로 지었다. 
그러다가 아내와 함께 37주차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다가 그날 유도 분만을 하게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갑자기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말에 정신없이 보호자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태반 조기 박리에 자궁도 거꾸로 뒤집혀 출혈이 많고 혈압이 높아 위급한 상태였다. 30년 넘게 산부인과 의사 생활을 했던 선생님조차 평생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아내가 수술실에서 나오지 못할 때,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울고 있는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리고 무사히 수술은 마쳤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아내를 보며 아내가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건강히 태어나 준 아이를 보며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우리를 위해 고통받으시고 자신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돌아보게 됐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 가정을 온전히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아내를 존중하며 하나님 안에서 잘 성장하도록 돕는 아버지와 남편이 되고 싶다. 또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듯, 나 역시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로서 날마다 자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