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1년 08월

엄마를 안아 드리는 시간

과월호 보기 최민화 집사(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순장으로 봉사한 지 20여 년이 됐지만 가족과는 가정예배를 드리거나 다락방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에 가지 못 하게 되면서, 집에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다락방을 시작하게 됐다.
다락방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삶이었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엄마는 그 고단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어떻게 지내 왔을까?
우리 가정의 다락방은 함께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감사의 고백을 나누기도 하며 은혜롭게 진행되고 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고, 추억을 공유하며, 인생의 고비마다 베푸신 하나님의 숨은 은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다락방을 통해 끈끈한 가족애를 다지며,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갔다.
엄마는 어떤 다락방에서도 이런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했다고 했다. 과거의 아픔과 슬픔을 직면하는 것이 힘들었고,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본인 스스로도 잊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가정 다락방에서 무거운 입을 떼고 나누기 시작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지며,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후 엄마는 지난 아픔들을 하나씩 꺼내 하나님 앞에 올려 드렸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어찌 살아오셨을지, 백발이 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고 측은한 마음에 가슴이 저미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집의 은혜로운 다락방 시간이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엄마의 남은 삶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주님 앞에 가시기 전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어 놓는 시간인 것 같아, 나와 동생은 기대감을 갖고 다락방에 임하고 있다. 엄마를 여자로, 딸로, 인생의 동반자로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