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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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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편과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날마다 싸운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져 말도 하지 않고, 밥도 같이 먹지 않는데 지켜보는 어미의 심정이 녹아내린다 했다. 가출도 하고, 교회 출석도 하지 않는 아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부모 상담을 먼저 진행했다. 아버지는 도대체 아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라는 공부도 안 하고 온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기타만 쳐요. 가수 된다나 어쩐다나. 딴따라 하겠다는 것 아녜요? 아니, 사내자식이 그거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겠어요? 하여튼 도저히 눈뜨고 못 봐 주겠다니까요? 주일에 찬양 인도하고 싶다 해서 허락했더니 찢어진 청바지에다 귀걸이, 목걸이…. 그것까지 봐 준다 해도 아니,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 그건 뭐에요? 그럴 것 같으면 당장 때려치우라 했더니, 이 녀석이 막 덤벼들잖아요? 홧김에 기타를 박살내버렸죠. 집을 나가버렸어요. 휴,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니까요….”
다음에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상담실을 찾았다. 첫눈에 봐도 아들은 예술적 끼로 똘똘 뭉쳐있었다. 외모부터 심상치가 않다. 머리는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고, 걸음걸이는 건들건들, 귀에 피어싱까지 하고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앉아 있는 아버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들이 하소연했다.
“아버지는 제가 좋아하는 건 무조건 반대해요. 저는 기타치고 노래 부를 때가 제일 행복한데, 걸핏하면 딴따라 해서 뭐하겠냐며 때려치우라 그래요. 그리고 반지 끼는 게 뭐가 잘못됐어요? 교회에서 연주할 때 아이들이 전부 손가락만 쳐다 본다구요. 멋있어 보이라고 끼는 건데 빼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정말 지겨워요. 집에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검사를 실시했다. 예술지능이 탁월했다. 결과를 받아든 아버지는 마침내 조용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들이 문제가 아니라 적성 대신 성적을, 재능 대신 지능에만 집착한 자신이 문제였음을. 마음을 비우니 탁월한 기타 실력과 작곡 능력이 보였다. 진로가 정해진 아들은 그토록 원하던 음악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내 자녀의 DNA 속에 들어있는 은사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키워 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모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