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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정사역자이면서 동시에 신체 심리학자다. 하나님이 창조한 몸을 치료적 도구로 사용한다. 호흡, 자세, 몸짓, 시선, 움직임의 질, 소리, 걸음걸이, 공간 등. 그중에서도 터치는 놀라운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해리 할로는 미국의 유명한 발달심리학자다. 그는 정상적인 어미의 보살핌이 없는 상태에서 자라는 원숭이를 연구했다. 주제는 ‘사랑’이었다. 실험과정은 다음과 같다. 붉은털 원숭이 새끼를 어미에게 강제로 떼어놓은 후, 두 개의 인형이 있는 방에 가뒀다. 한 인형은 몸에 젖병이 달려 있는데 철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다른 인형은 젖병이 없고, 마분지로 만들어서 몸통 전체에 천을 감아 놓았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당연히 젖을 주는 인형에게 애착을 가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새끼 원숭이는 처음에는 어미와 떨어져 공포에 울부짖고 사방에 대소변을 뿌리고 고함질렀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젖을 주는 철사인형이 아니라 부드러운 담요로 대충 만든 인형에게 매달렸다. 심지어 헝겊엄마에게 매달려 철사엄마의 우유만 먹는 경우도 있었다. 낯선 물체가 나타났을 때에는 더욱 담요인형에게 매달렸으며, 좀 더 용감하게 낯선 장소를 탐색했다.
그 다음 단계로 헝겊으로 된 그 가짜 어미가 새끼에게 물을 끼얹도록 만들었다. 전기충격도 가하고, 날카로운 가시로 찔렀다. 그럼에도 새끼는 계속 어미를 향해 기어와서 안겼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먹이가 아니다. 접촉이다. 그중에서 손을 이용한 터치는 강력한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한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축복기도를 했다. 이때 반드시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손끝이 닿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전류가 흐른다. 실제로 감각기관의 3분의 2 이상이 손에 집중돼 있다. 수백만 개의 수용기를 가진 것이 손이다. 한 손가락 끝에만 8천 개가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점자를 읽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손을 대고 있으면 자식들을 향해 소원을 비는 어미의 간절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축복의 내용은 손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미세한 감각기를 거쳐 분사기처럼 아이들을 향해 내뿜어진다. 만지는 자와 만짐을 받는 자 간에 접촉점이 형성되는 바로 그 순간,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세대가 하나로 엮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들은 따스한 손길을 기다린다. 그 길 끝에 마음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