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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했듯이, 연구소의 아침은 153으로부터 시작한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선한 일 한 가지(1), 감사한 일 다섯 가지(5), 웃었던 일 세 가지(3)를 나눈다.
전날 늦잠을 자서 벌금 만 원을 내야 했던 자매의 고백이다. “과태료나 딱지가 아니라 간식비로 쓰여서 감사, 알람을 세 개나 켜놓았는데도 못 들을 정도로 푹 잤으니 감사, 보통 때보다 1시간 더 잤으니 피곤이 풀려서 감사, 벌금이 만 원인데 5천 원으로 깎아 주라고 말해 주신 분이 있어서 그 사랑에 감사, 교통사고가 아닌 단지 늦잠 때문에 지각해서 감사, 벌금이 5만 원이 아니라 만 원이어서 감사.”
감사에는 급수가 있다. ‘이미 있는 것’(be there)을 알아차리는 동메달 감사가 있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을 활용한 오감 감사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으며, 혀로 맛보는 이 모든 것이 감사거리다. 당연하기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실한 다음에야 알아차린다.
‘때문에 감사’(because of)는 은메달 감사다. 무엇인가를 해 주었기 때문에 하는 감사다. 결혼기념일에 꽃을 선물 받아서, 아내가 생일상을 차려 줘서, 아들이 늦은 밤에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줘서, 설거지를 해 줘서 등.
‘불구하고 감사’(in spite of)도 있다. 감사할 거리가 아닌데도 감사한다. 다리를 다쳤는데, 덕분에 쉴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한다. 남편이 식물인간이 됐는데, 다행히 살아 있으니 감사하다고 말한다. 아들이 대학입시에 떨어졌는데, 실패를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 한다. 상황에 대한 자동적 반응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의식적 해석이다. 감사의 시각은 감사거리를 만들어낸다. 금메달 감사다.
‘미리 감사’(if)도 있다. 이뤄질 것을 생각하며 미리 감사한다. 대학입시에 떨어졌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설 것을 확신하며 감사한다. 불신 남편이 언젠가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올 것을 믿으며 감사한다. 면류관 감사다.
직원의 감사는 금메달 급이었다. 한편 다니엘의 감사는 면류관급이다. 왕이 사자 굴에 던져 넣으라 했지만 하나님께서 사자 굴에서 구원해 줄 줄 믿고 한 감사다(단 6:23). 믿음의 시각은 ‘이뤄질’ 감사거리를 ‘이뤄진’ 감사거리로 만든다. 면류관 감사가 일상이 될 때, 일상이 감사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