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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내가 모임에서 남편을 소개했다. “신혼 시절, 제 남편은 태양이었습니다.” 모두들 감동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온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결혼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태양입니다. 왜냐구요? 이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서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다. 자아가 확장된 것이다. 실제의 자기보다 훨씬 더 부풀려서 생각한다. 스스로 높아져 있다. 이러니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차에 타고 있을 때는 늦게 가는 행인을 욕하고, 횡단보도 건널 때는 빵빵대는 운전자를 욕한다. 남의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공처가고, 내 남편이 설거지 하면 애처가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일은 줏대 없는 일이다.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는 것이고, 내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스스로 높아진 자아는 가족 간에 끊임없는 갈등을 양산해낸다. 부엌과 베란다 사이 문지방 위에 물 컵이 놓여 있었다. 아내가 미처 물 컵을 보지 못해 발로 차는 바람에 깨져버렸다. 지켜보던 남편이 호통을 친다. “아니, 바닥에 있는 물건도 제대로 못보고 다녀? 무슨 여자가 그렇게 덜렁대? 좀 조심하지!”
며칠 후, 동일한 장소에 또 물 컵이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남편이 깨뜨렸다. 그런데 아내에게 호통을 친다. “아니, 물건 하나도 제대로 정리를 못해? 물 컵이 문지방 위에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썼으면 그때그때 제자리에 둬야지!”
아내는 억울하다. 자기 유리한 대로 생각하는 남편이 얄밉다. 자기 좋을 대로 말하는 남편에게 화가 난다. 가족을 힘들게 하는 죄성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내려오면 다른 사람이 보인다. 다른 사람의 입장도 보인다. 말이 달라진다. “어이쿠, 컵이 있는 걸 못 봤네. 내가 좀 더 조심할 걸”, 혹은 “놀랬지? 어디 안 다쳤어? 누가 물 컵을 거기 뒀을까?” 가족을 살려내는 영성이다. 나뿐인 사람에서 너뿐인 사람이 되는 순간, 태양은 행복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비로소 가족 모두 태양의 따스한 온기를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