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1년 03월

물 떠 온 하인들의 순종과 성실

과월호 보기 박원진 성도(경기 수원시 이목동)

 나는 틈틈이 성경 말씀을 직접 쓰며 하나님과 교제하곤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매일 잠언 한 절을 쓰고 등교하게 하셨던 어머니의 교육 덕분에 시작된 이 습관은 신약성경 전권 필사와 구약성경 필사로 이어지고 있다.
성경 필사를 하면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는 은혜를 누리게 된다.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 온 하인들은 알더라”(요 2:9)는 말씀을 쓰면서, “하인들은 알더라”는 구절에 큰 은혜를 받았다. 필사를 하며 당시 상황과 하인들의 마음을 상상하니, 예수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연회장에 갖다주는 일을 반복하는 하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순간 마음속에 ‘순종’과 ‘성실’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일을 수행했고, 결국 기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주인공이 됐다. 말씀을 묵상하며, 나도 하인들처럼 ‘순종’과 ‘성실’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경험하며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몇 년 전 학생들과 “○○ 덕분에 ○○ 감사해요”라고 감사의 대상과 이유를 적어 보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학생이 “(엄마, 아빠) 덕분에 (부러움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썼다. 이 편지를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늘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며,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을 찬양했지만, 과연 내 고백이 말에 그치지 않고 삶에서 온전히 구현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나를 초등학교 교사로 부르신 하나님, 외국에서 온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소명을 주신 하나님, 지금 이 글을 쓰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순종’의 어원인 ‘오보에디레’(oboedire)에 담긴 뜻처럼,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들은 것에 반응하는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