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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이미연 권사(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죽마고우(竹馬故友)를 다시 만난 건 내 나이 오십 중반이 되고 나서였다. 단발머리였던 친구와 나는 어느새 환갑을 앞둔 중년이 돼 있었다. 친구는 시어머님을 먼저 천국에 보내 드리고, 홀로 되신 시아버님을 모시며 살고 있었는데, 시아버님을 돌보기 위해 살고 있는 아파트 상가에서 퀼트 공방을 운영하며 수시로 집에 드나들고 있었다.
나는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워 부지런히 친구의 공방에 들렸다. 그리고 90세가 넘으신 시아버님을 극진히 모시는 친구 부부를 보며 ‘효자 효부를 둔 부모님은 오래 사시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먼저 소천하신 시어머님은 중증 치매 환자였어서, 잠을 잘 때마다 친구 부부는 거실에서 어머님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누워야 했다. 친구는 어머님의 오른쪽 손목을, 친구 남편은 어머님의 왼쪽 손목을 자신의 손목에 묶고 잠을 잤다고 했다. 이렇게 친구는 편찮으신 아버님과 어머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모셨다. 이후 시아버님은 94세의 나이에 너무나 깨끗한 모습으로 천국에 가셨다.
어느 날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시부모님을 그렇게 잘 모실 수 있었니?”라고 물으니, 친구는 “추억과 감사 때문이지…”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결혼을 하면서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어찌나 잘해 주시는지 시부모님에 대한 좋은 추억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부모님이 연세 드시고 편찮으셔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모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가 들려준 젊은 시절 시부모님과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감동이 밀려왔다. 친구는 “천사가 있다면 우리 시부모님이야. 믿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사신 증인이시지”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자녀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사랑으로 섬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가족의 모습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을 나누고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로 보답하는, 천국의 사랑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사랑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가득하면 코로나바이러스도 곧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