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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황안나 성도(서울시 양천구 목동)
어느 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나 이제 혼자 길을 잘 건널 수 있게 됐구나!’
나는 초등학생 때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상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차에 치인 후 차 아래 깔렸고, 정신을 잃었다. 그 후 병원에서 온몸에 경련이 나는 상태에서 겨우 치료를 받았고, 나중에 깨어 보니 베개에 피가 흥건해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난 후 몸은 조금씩 회복됐지만, 혼자서 찻길을 건너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주일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기도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왔다. 어렸을 때는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살려 주셨다”라는 말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내가 겪은 사고와 오버랩되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사와 은혜를 느꼈다. ‘아, 예수님께서 나를 죽음에서 구해 주셨구나. 더 크게 다칠 수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살려 주셨구나.’ 이 사실을 깨닫고 나자 더 이상 트라우마가 나를 크게 괴롭히지 못했다. 이후 나는 사고가 났던 길도 혼자 건널 수 있게 됐고, 그렇게 감사로 교통사고 후유증이 치유됐다.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롬 1:21). 이 말씀처럼 내가 당한 교통사고를 하나님의 은혜로 감사하며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나는 그저 운이 없어서, 내가 전방주시를 못해서 일어난 비극적인 일로만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힘들어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감사는 그리스도인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는 감사가 절대 그냥 끝나지 않음을 경험했다. 감사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