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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가시 속 은혜를 발견한 광야

과월호 보기 윤민우 집사(춘천시 소양로2가)

 하나님의 은혜는 장미꽃에 비유되곤 한다. 장미꽃을 주실 때 가시도 함께 주시기 때문이다. 나 역시 제자훈련을 받는 중에 가시 속 은혜를 발견했다.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제자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목회자의 권면에 순종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사모하며 참여했기에, 내심 하나님께서 평안하게 인도하시리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제자훈련 오리엔테이션에서 평소와 다른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하신 말씀도 그저 열심을 내라는 권면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시작하면서 내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느꼈다. 회사에서 맡은 일에 성과를 냈는데도 엉뚱하게 예상치 않은 부서로 발령이 났고, 가정에서는 간절히 원했던 아내의 임신이 실패했다. 특히 예전에 아내가 자연 유산을 경험했고, 제자훈련 시기 중에 힘겹게 시험관 시술에 도전한 것이었기에 낙심은 더욱 컸다.
이때부터는 내 얄팍한 계획과 생각들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순수하게 구하며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나님께 헌신하거나 기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풀리고 바로 응답되는 것이 아니라, 응답을 기다리는 것 또한 믿음이라는 것을 온전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1년 반 동안의 제자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훈련 수료 후에는 두 번째 시험관 시술에 도전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이시니라”(롬 4:17b)는 약속의 말씀을 통해 확신을 주셨고, 현재는 아들, 딸 쌍둥이를 건강하게 출산해 은혜로 잘 키우고 있다.
결국 아픈 광야의 시련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간절히 바라보고, 묵묵히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 광야의 한고비를 넘겼을 뿐, 본향인 하나님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여전히 광야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야에서도 나를 인도하시고 길을 내 주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며, 믿음으로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