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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너무 많이 헤아리고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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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헤아리며 살 수 있을까? 우리가 헤아리는 것들이 헤아린 대로 이뤄질까? 우리가 미래를 바라본다면 얼마나 앞서서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보다 더 나은 경우도 많았고, 훨씬 더 형편없을 때도 많았다. 이 질문들에 대한 공통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꿈꾸는 대로 현실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복잡한 사고는 체계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인생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나이 들수록 인생은 단순한 것이 좋다. 잠깐 생각해서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헤아리다 보면 인생은 복잡해지고 힘들게 느껴진다.
며칠 전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과 다를 바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 멋있었다. 구도도 좋았고 색감도 좋았다.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인데도 멋진 사진을 찍어낸 것이다. 나는 취미생활을 위해 가끔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간다.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수백 장에서 천장이 넘는 사진들을 찍지만 쓸 만한 사진은 몇 장 안 될 때가 많다.
멋있는 작품사진을 찍기 위해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조절하며 열심히 촬영했지만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일회용 카메라로 아름다운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내 인생에 일어날 일들을 너무 많이 헤아리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적당히 헤아리자. 그리고 지금 생각해야 할 것에 집중하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너무 많이 앞서가려 하지도 말고, 너무 많이 헤아리지도 말자. 우리는 현재 직면한 일들을 헤아리기에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오늘 내가 맞이한 날씨는 변경할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한 날씨에 적응하듯 하루를 살고,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살자. 지혜로운 현자처럼 보이는 삶보다 비오는 날 쉬고, 해 뜨는 날 열심히 일하는 농부처럼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단순한 인생은 지나친 희생과 헌신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