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05월

내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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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노부부가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담당 변호사와 식사를 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다. 음식이 도착하자 할아버지는 날개 부위를 찢어 할머니에게 권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였다. 변호사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 재결합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좋아하기는 커녕 마구 화를 내며 말했다.
“지난 삼십 년간 당신은 늘 그랬어.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래? 난 닭다리가 좋단 말야. 당신은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도 없어.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야!”
할머니의 반응을 보며 할아버지가 말했다.
“날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사람 맘을 몰라도 원…. 당신은 늘 이런 식으로 사람 속 뒤집어 놓는다니까!”
극적인 화해는커녕, 둘은 결국 통닭 한 마리 때문에 헤어졌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건넬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좋아하는 다리 부위를 찢어 건네줘야 했다.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챙겨주는 그 마음에 고마워 해야 했다.
‘배우자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가 아니다. ‘내가 배우자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다. 받음이 아니라 베품이다. 가져감이 아니라 내어 줌이다. 받은 것을 계산하는 관계가 아니라 준 것을 계수하는 관계다.
결혼은 둘이 한 몸을 이뤄 연합하는 것이다. 둘이 하나로 연합했다는 것은 완벽한 사람과 완벽한 사람의 만남이 아니다. 부족한 두 사람의 만남이다. 완전한 동그라미 두 개가 만나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한쪽이 찌그러진 동그라미와 또 한쪽이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만나면 아름다운 동그라미 하나가 만들어진다. 부족함을 인정하며 배우자를 위해 무엇을 내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다가설 때 완전한 동그라미에 가까워진다,
이래서 자기 아들을 아낌없이 내어 준 주님의 사랑은 부부의 완벽한 모형이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