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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했다. 아내는 앉자마자 불만을 쏟아냈다. “아무도 나를 돕지 않아요. 혼자 죽도록 일해요. 이 양반도 그렇고, 애들 역시 본 체도 안 해요. 파출부가 따로 없다니까요? 이러니 몸이 다 망가져 요즘은 온몸이 쑤셔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남편이 항변한다. “아니, 내가 언제 안 도왔다 그래? 애 봐 달라고 해서 봐 주고, 청소기 돌려 달래서 돌리고, 설거지 해 주고, 시장 따라가 달라고 해서 종일 같이 다니고, 짐 다 들어주고. 그런데 말을 그런 식으로 해?”
아내가 발끈하며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그게 애 봐 준 거예요? 10분도 안 보고 운다며 나한테 넘겼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 애가 우는데.”
“그러니까 그게 봐 준 거냐구요? 그리고 청소기 돌려 달라 했으면 구석구석 돌려야 할 것 아니에요? 여기저기 수북이 쌓인 먼지, 눈에 안 보여요? 설거지도 밥그릇에 밥풀은 그대로 묻어 있지, 기름기는 그대로 있지, 만지면 미끈미끈, 이러니 안 하니만 못하죠. 도우려면 제대로 돕든지, 하여튼 일일이 잔소리를 해야 하니….”
참다못한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니까 시키지 마! 혼자 하라고! 도와 달라 하지 말고.”
도식 하나가 만들어진다. 시키는 사람의 도식이다. 1단계, 남이 하는 건 성에 차지 않는다. 2단계,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 3단계, 왜 나만 이래야 하나 싶다. 4단계, 아무도 돕지 않는다며 불평한다. 5단계, 종일 쓸고 털고 닦느라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다,
돕는 사람의 도식이다. 1단계, 좋은 남편으로 인정받고 싶어 돕는다. 2단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3단계, 제대로 못했다며 욕먹고 괜히 했다 후회한다. 4단계,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으니 피장파장이다. 차라리 하지 말고 욕먹자고 결심한다. 5단계, 도와 달라는 요청에도 꿈쩍도 않는다. 6단계, 집안일에 무관심해진다.
가정도 경영이다. 가정의 CEO로서 효율적 경영은 필수다. 그것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돕고 싶어 하는 마음과 서툰 도움을 격려한다. 과감히 일을 나눠 준다. 완벽함보다 함께함을 소중히 하다 보면 부부는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