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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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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디 숲(Trudi Schoop)의 『춤동작을 통한 마음치료』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신병동에서 초보 치료사로서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할 때의 일이다.
“한 환자는 의자 위로 포즈를 취했고, 어떤 사람을 방을 가로질러 질주해 피아노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몇몇은 바닥에 누워 이의를 제기했고, 성냥을 요구했으며, 킥킥거리며 웃거나 창밖을 내다봤다. 당황한 트루디는 주목시키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나는 트루디라고 해요. 오늘 우리는 근육을 강화시키고 신체를 탄력 있게 만드는 운동을 할 거에요, 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출까요?’ …소란한 가운데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저 여자는 어느 병동에서 온 거야?’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초보의 특징이 있다. 열성만 가득하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한다. 억지로 끌고 간다. 이러니 제멋대로다. 가정 안에도 초보가 넘쳐난다.
2살, 6살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큰아이가 혹시 자폐증상이 아닌가 싶다며 찾아왔다. 유치원 교사의 말을 전달했다. “도통 말을 하지 않아요, 인사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늘 구석에 외톨이처럼 앉아 있어요. 지시나 명령도 전혀 이해를 못해요. 학습능력도 떨어지구요. 요즈음은 자꾸 옷자락을 잡고 엉겨붙어요.” 
양육 환경을 점검했다. 엄마는 교사로 일하다 3년 전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집에서 과외를 시작했다. 남편 수입만으로는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렸다.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한 달 수입이 천만 원대를 오갔다.
번 돈은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다. 영어 교재, 장난감, 교육 교구, 스포츠카, 유아용 교육 태블릿, 유모차 등.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들이다. 이 모든 것 앞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명품, 고급, 스페셜, VVIP, 1%.’ 
뒤처질까봐 불안하다. 빨리 가고, 먼저 가고, 앞서 가기 위해 미친 듯이 아이를 몰아갔다. 두 돌 때 영어 과외, 세 돌 때 학습지를 시작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책 읽어 주는 보모, 키즈 카페에 데리고 가서 놀아 주는 보모도 비싼 돈을 지불하며 구했다.
그 결과, 아이는 병이 들었다. 엄마는 아프게 울었다. 외로움에 떠는 조그만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엄마에 굶주려 있었다. 엄마의 품, 목소리, 눈짓, 몸짓을 그리워하는 아이가. 그녀는 너무 늦기 전에 엄마로 돌아왔다. 아이의 모양에 맞춘 엄마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