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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의 저자 호머는 시지프스를 가리켜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신들의 비밀을 발설하면서 계속 문제를 일으킨 시지프스는 제우스의 불법행위를 발설한 대가로 높은 바위산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시지프스가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그 순간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지고, 그는 처음부터 다시 바위를 밀어야만 했다.
남자들도 시지프스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과 능력이 인생에 고통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이 시대 남성들이 삶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누리지 못할 정도로 그들을 몰아붙이는 두 종류의 약탈자가 있다.
첫 번째는 편리함이다. 물질적인 풍요는 일터에서 고생한 남자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맞다. 옹색함보다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하고 좋은 것들은 내가 누리는 즐거움 이상의 대가를 항상 선불로 요구한다. 편리함은 가속도를 갖고 있다. 가족들이 미소 띤 얼굴로 말없이 소리치는 ‘더! 더!’라는 슬로건 앞에서 남자들의 인생은 고단해진다. 편리함을 위한 불편함을 미소 띤 얼굴로 고통스럽게 견뎌내야 한다.
두 번째 약탈자는 자아도취다. 자기 사랑을 뛰어넘어 자신을 우상화하는 것이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면서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남자들이 인생에 대한 허탈감에 빠져들다가 번쩍 드는 생각들이 있다. 자녀들의 인생에 모델이 되고 싶었고, 고향 마을 입구에 붙은 현수막의 주인공처럼 나만큼 잘 산 인생이 없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정작 현재의 삶을 살펴보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게 된다. 추운 겨울의 칼바람도 이보다 더 차갑고 아프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평안과 여유를 빼앗아 간 약탈자들은 환상이 가져다 준 허세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솔해지지 않으면 인생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더 편리한 것을 찾기보다는 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에 감사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 담긴 따뜻한 미소를 내 인생의 신호등처럼 받아들이자.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여겨지는 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소중한 것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즐겁게는 못해도, 해볼 만한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