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7년 02월

나를 찾는 여유

과월호 보기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내 책상 주변에는 여기저기 책들이 가득 쌓여 있다. 처음에는 책장에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책장 위에도 책들이 올려져 있고, 벽마다 책장이 놓여 있다.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은 공간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많은 책들이 과연 다 필요한가?’ 그래서 며칠 전 방을 정리했다. 책들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물품들을 빈 박스에 담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래서 필요하고 저것은 저래서 필요할 것 같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중년의 인생은 복잡하다. 내면도 복잡하고 주변도 복잡해서 꽤나 복잡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중년(中年)이 중년(重年)이 돼 버렸다.
40대 초반의 한 방송인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힘겨워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자신을 깊이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지 못한 것이다. 그는 휴일이면 그냥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해야 할지 허둥대기 일쑤여서 인생의 보물섬이 있다면 그곳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중년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이 무엇에 목말라하는지를 찾는 사람들과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이다.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허덕이는 인생에 만족은 없다. 가진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만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분주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일에 분주하다 보니 정작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주는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찾는 여유는 시간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주한 일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만을 생각하고 나머지를 포기할 때 생긴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살아간다. 우리는 잠깐 여유로운 척하기 위해 일상의 여유를 포기한 삶을 살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은 불안 때문에 불필요한 것들을 붙들고 살지 않는다. 적게 먹으면 몸이 편안해지듯 분주한 마음이 단순해지면 생각이 편안해진다. 분주한 일상을 단순하게 만들면 삶의 가치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여유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