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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년 건축가 보나노 피사노가 설계한 피사의 사탑은 불과 2층을 다 올리기도 전에 연약한 지반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때문에 5년 만에 2층을 올리다 만 형태로 중단됐다. 그 후 1272년 건축가 조반니 디 시모네가 나서 공사가 재개됐다. 94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본질적 문제인 지반 침하는 해결하지 못한 채 종루만 올려 하중이 더해져 결국 피사의 사탑은 비틀어지기까지 했다. 공사는 6년 만에 다시 중단됐다.
1319년에 토마소 디 안드레아 피사노라는 건축가가 그때까지 건설돼 있던 탑의 꼭대기에 종전의 기울기를 무시하고, 지면과 수직이 되게끔 7층을 얹은 뒤 완공을 선언했다. 이것이 피사의 사탑의 꼭대기만 지면과 수직인 이유다. 또 건축 양식이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바뀔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흐른 뒤라 최상층만 고딕 양식으로 얹어졌다.
애초의 기능인 종루에 맞도록 사탑에 종이 장착돼 최종 완공된 것은 1372년의 일이다. 처음에 착공할 때는 지금의 높이보다 높게 계획됐지만 146년 동안의 긴 공사를 하면서 처음 계획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진 것 말고도, 기울어져 위험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완공하기 위해 많은 논쟁과 세월과 비용을 들였다는 점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기울어진 것에 더 관심을 갖거나 기울어진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볼 때도 부족한 부분만을 주목하며 판단하는 경향들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에 나타난 약간 기울어진 부분을 보면서 전체를 기울어진 인생이라고 잘못 판단할 때가 많다.
그러나 보기에는 불안정한 모습이라 해도 사탑 자체는 안전하다. 내가 보고 있는 불안은 나만의 불안일 때가 많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약간 기울었어도 균형을 잘 잡고 있다면 안전한 인생이다. 위태한 인생처럼 보여도 나름 균형을 잡고 사는 것이다.
피사의 사탑처럼 내 인생은 기울어져 있거나, 아직도 건축 중일 수 있다. 그러나 괜찮다. 그래도 좋다. 조금 기울어져 보인다고 넘어진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부족한 내 인생을 괜찮다고 받아들이고 바라보면 특별함으로 대할 수 있다. 피사의 사탑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재해석해 보자. 그리고 오히려 기울어져 특별한 것들을 찾아 격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