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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간혹 부모님께 말 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얼굴색을 보신 어머니의 “네가 말 안 해도 엄마는 다 알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에 감추고 싶었던 일을 이내 다 털어놓고 만다. 우리를 사랑하는 부모님은 자식의 감추어진 마음까지도 이미 다 읽으신다. 우리는 이처럼 우리를 살피시는 하나님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이사야 선지자는 “자기의 계획을 여호와께 깊이 숨기려 하는 자”(15절)에 대해 엄중한 경고의 말씀을 전한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벗어날 수 있다는 교만한 발상으로 하나님께 죄를 깊이 숨기려는 무모한 시도를 한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을 진행하던 무렵, 여리고 성을 함락시킬 때 취한 전리품을 아간이 숨긴 사건이 있었다. 그때 하나님은 크게 노여워하셨다(수 7:1). 아이 성 전투의 패배가 아간의 죄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자(수 7:6~15), 이에 대한 처벌로 아간은 그가 숨겼던 은, 외투, 금덩이 외에 다른 모든 소유물과 자녀들과 함께 돌에 맞고 불살라졌으며 사람들은 그 위에 돌무더기를 쌓았다(수 7:24~26).
아나니아는 자기 소유를 팔아 그 돈을 교회에 바쳤다. 하지만 그는 돈의 일부를 감추고는 전액을 바친 것처럼 속였으며, 아내 또한 거짓말해 두 사람 모두 죽음에 이르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행 5:1~11). 아나니아의 죄목은 성령을 속인 죄였다(행 5:3).
남자들은 하나님 앞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 든다. 자신의 우울한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예외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움을 표현하는 일도 주저한다. 기도할 때도 마음 깊은 것을 하나님 앞에 잘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은 내가 할 일, 저것은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할 일로 구분하려 든다. 하나님 앞에서는 감출 것이 없고, 못 맡길 일이 없는데도 구분하려 든다. 참 믿음은 감추기보다는 드러내고, 내가 할 일을 생각하기보다 하나님께 온전히 의뢰하는 것이다.
남자들이여, 마음을 감추고 사는가? 혹시 죄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주님은 모든 것을 통달하시는 분이다(고전 2:10).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고 마음이라면, 이제부터는 하나님께 감추지 말자. 내 힘으로 내 계획으로 세상을 살기에는 너무 힘겹다. 하지만 마음을 감추지 않고 하나님께 쏟아놓고 기도하는 인생은 근심 속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