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8년 12월

열심히 살아 줘서 고맙다!

과월호 보기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해마다 계획을 세웠지만 목표에 도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 남성이 고백했다. 자신이 세운 계획표와 목표는 항상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계획대로만 됐다면 자신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복한 퇴직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남자들의 인생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약간은 붕 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만약 올해 어떤 산의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만 꿈꿔서는 안 된다. 산에 올라가기 위한 자기 점검과 준비, 산에 오르기 위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산 정상을 아무리 상상해도 산 정상에 그냥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룰 수 없는 목표나 미흡한 준비 과정은 삶을 더 아프게 만든다.
먼저, 현재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가 있는 지점이 바다라면 육지로 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오르고자 하는 높은 산만 생각하지 말고, 그 높은 산까지 가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초입까지 도달했으면 등산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상상 속의 평안함은 버리고, 평지를 달려왔던 안전함도 포기해야 한다. 높은 산일수록 가파르고 험악해 오르기가 힘들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겨우 산 밑에 도달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높은 산은 한걸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케냐 평지에서 바라보는 킬리만자로산은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고, 다가가면 금세 도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곳을 등반한 사람들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산을 오르기 위한 출발점인 마랑구 입구까지 가는 데에만도 며칠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한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 해를 실패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다가가고 있다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빨리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속도에 사로 잡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여유없는 삶보다는 조금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더욱 간절해진 것이 아닐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연초 어떤 목표를 세웠으며 그것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을 향해 “수고했다! 열심히 살아 줘서 고맙다!”라고 격려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