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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하나님께 빌려 드리는 삶

과월호 보기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죽음을 의식하며 사는 것 외에 삶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나누는 일이다. 누군가를 도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처음에는 내가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이다.
55세에 정년퇴직을 한 이 씨는 한동안 퇴직 증후군으로 우울증을 호되게 앓았다. 1년 동안 방구석에 틀어박혀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구청에서 운영하는 기술 학교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집 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다른 정년퇴직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새로운 기술도 배우는 동안, 퇴직으로 인한 상실감이나 위기감은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현장에 나가 실습까지 하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우연히 제3 세계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연결돼 2년 동안 스리랑카에서 정비 기술을 가르치고 돌아왔다. 외국, 그것도 제3 세계에 혼자 나가 봉사 활동을 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를 통해 얻은 특별한 기쁨은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처럼 봉사 활동은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 있고 보람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회에 참여하는 또 하나의 기회라는 점에서 다른 세대와 화합하고 교류하는 사회 통합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봉사 활동은 자기 계발이라는 측면도 강하다.
은퇴하면 여행도 다니고 봉사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결코 시간이 남아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봉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나누는 것이다. 가장 바쁜 나이, 중년에 시작하는 봉사는 삶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을 갖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노후 자금을 준비하듯이, 40년 이상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력 있게 유지하며, 건강한 영혼으로 살아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스탠퍼드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암 환자의 평균 수명이 19개월인 반면, 자원봉사를 한 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37개월에 달했다. 어려운 이웃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위해 나누는 시간은 하나님께서 빌려 가시는 것이란다. 하나님께 빌려 드리는 삶보다 부요한 삶이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