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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모델이 된 모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신명기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출애굽한 지 40년 되던 해의 11월 1일 요단강 동편 모압평지에서 선포한 말씀이다(신 1:1~3). 그리고 모세의 죽음을 보여 주는 말씀이다(신 34:5). 신명기 묵상에 있어 이 시기와 장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출애굽의 목적지인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명기는 출애굽한 지 40년이 지났고, 요단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가기 직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회고와 전망 사이에 선 모세
모세는 신명기에서 크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말씀을 선포한다. 하나는 출애굽 이후 지금까지 지난 40년을 돌아본 회고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곧 이스라엘 백성이 들어가게 될 가나안 땅에서의 삶을 고려한 관점이다.
모세는 지난 40년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백성에게 설명해야 했고, 자신에게는 불허된 가나안 땅에서 후손들이 하나님을 바르게 믿고 살아가도록 도와야 했다. 사람은 대체로 위기가 클수록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데, 광야 40년과 가나안 불허라는 엄청난 위기와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모세의 인물됨은 더욱 분명해진다.
모세에게 10대 재앙(참조 출 7~12장)과 홍해 사건(참조 출 14장)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건져 주시고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확증하는 충분한 증거였을 것이다(참조 출 3:8, 15:1~18). 이 놀라운 증거를 들고 모세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시내산에 이르렀고, 거의 일 년 가까이 머물며(참조 출 19:1; 민 1:1) 그곳에 임재하시는 하나님과 그분의 율법을 만나는 놀라운 사건을 경험한다.
그리고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지은 성막에 그분께서 불과 구름으로 자신의 영광을 충만하게 하신 것을 보면서(참조 출 40:34~35) 가나안을 향한 거대한 행진을 시작한다. “둘째 해 둘째 달 스무날에 구름이 증거의 성막에서 떠오르매 이스라엘 자손이 시내광야에서 출발하여… 그들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을 따라 행진하기를 시작하였는데”(참조 민 10:11~13).
모세는 그야말로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증거들을 지닌 채, 이 광야 행진을 통해 열 하룻길이면 충분히 도달할 약속의 땅을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밟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 길은 하나님을 향한 불신앙과 원망의 죄로 인해 40년의 세월로 바뀌었고(참조 민 14:26~35), 심지어 모세 자신은 그 땅에 들어가지도 못하며 끝나게 됐다(참조 민 20:12).


순종을 삶으로 보여 준 모세
이 같은 회고를 통해 모세가 말하려는 요점은, 바로 순종이다. 여호와 하나님께만 순종해야 한다는 것, 그분의 율법, 그분께서 하신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신 8:1~6, 32:45~47).
모세는 구원받은 백성이 하나님 앞에서 지녀야 할 기본자세가 말씀을 듣는 것, 곧 순종임을 삶으로 보여 준 인물이다.
또한, 모세는 가나안 입성 불허라는 자신의 슬픈 현실을 신명기 초반(신 1:37, 3:25)과 끝부분에 각각 두 차례(신 32:51, 34:4) 언급한다. 가나안 입성 불허는 모세에게도 심각한 것이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때에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기를… 구하옵나니 나를 건너가게 하사 요단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땅,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옵소서”(신 3:23~25). 모세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신 3:26). 바울의 기도(참조 고후 12:8~9)를 떠올리게 하는 이 안타까운 장면을 모세가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이유는, 자신 때문이 아니라 가나안에 들어가 살게 될 이스라엘 후손과 그들의 믿음, 곧 말씀 순종의 삶 때문이었다.
이후 모세는 불허된 약속의 땅 앞에서 후계자 여호수아를 세움으로,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을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 준 인물이 됐다.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그에게 지혜의 영이 충만하니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의 말을 순종하였더라”(신 34:4~9). 우리의 신명기 묵상이 모세의 본을 따라 순종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