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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출애굽 이전을 기억하고 그 이후 율법을 선포한 모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구약은 모세오경의 율법을 도덕법, 시민법, 의식법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신약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신명기 16~27장에 드러나는 모세의 인물됨을 연구함으로써 쉽게 이해되지 않는 율법의 교훈과 하나님의 뜻을 알아보고자 한다.


믿음은 삶의 구체성과 실제성을 띤다
신명기의 모세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명기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명기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해방하신 후, 그들이 40년 광야 생활을 지나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모세를 통해 주신 말씀이다.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게 된 모세는, 절박한 마음으로 신명기 말씀을 선포한다. 모세에게 신명기는 광야 생활의 애환을 담은 고별설교이며, 이스라엘 자손들이 은혜로 주신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도록 가르치는 애끓는 당부이기도 하다.
이같이 엄중한 상황에서 모세는 십계명과 제사와 절기 등 누가 봐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규정들을 다루는 한편, 길 잃은 소나 양(신 22:1), 새집의 건축(신 22:8), 빚과 이자(신 23:19), 전당물(신 24:10), 객과 고아와 과부의 송사(신 24:17), 사람들 사이의 시비와 태형(신 25:1~3) 등 일상의 구체적인 규정들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더욱이 모세는 이와 같은 규정들을 신명기의 중심 부분에 길게 기록했다.
따라서 모세는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삶의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며, 삶의 현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출애굽의 목표인 가나안 땅에서 살아갈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는 반드시 믿음의 구체성과 실제성이 있어야 함을 철저히 인식한 인물이었다.
일상의 교훈들 속에서 모세의 인물됨을 엿보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구절들이 있다. 모세는 부지중 살인하게 된 자(신 19:4), 무죄한 자가 피를 흘린 경우(신 21:9 등), 위증한 자(신 19:18), 미움받는 자의 자녀의 장자권(신 21:15), 누명을 쓰게 된 자(신 22:19), 가난한 자와 곤궁한 품꾼의 품삯(신 24:14~15),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신 24:19) 등에 대해 교훈하고 규정을 세운다.
이를 통해 모세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특히 약한 자에 대해 절대적 이해와 존중을 가진 인물로 드러난다. 사람에 대한 모세의 이 같은 관심은 그의 영혼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출애굽 이전과 이후의 신분을 기억하다
신명기에 나타나는 모세의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스라엘 백성에게 오래도록 익숙했던 애굽의 삶과는 전혀 다른, 그래서 종종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을 초래했던 새로운 삶에 대한 말씀, 새 율례와 규정을 모세는 어떻게 제시할 수 있었을까?
신명기에서 두 가지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모세는 언제나 출애굽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모세에게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금 신명기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근거이자 출발이었다.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신 16:3). “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신 16:12). 모세는 이방 땅인 애굽에서 바로의 폭정 아래 노예로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규정으로 선포하기 쉽지 않은 말씀을 끝까지 선포할 수 있었다.
둘째,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소유라는 사실을 깨달은 인물이었다. “그런즉 여호와께서 너를 그 지으신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사 찬송과 명예와 영광을 삼으시고 그가 말씀하신 대로 너를 네 하나님 여호와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라”(신 26:19).
모세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애굽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백성을 명예롭게 하셨고 영광으로 삼으셨으며 보배로운 존재가 되게 하셨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그리고 이것은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백성에게 당시 주변 나라와 족속과는 다른 삶을 위한 율법을 확신 가운데 가르치게 했다.
모세는 출애굽 이전의 상태와 그 이후의 신분을 균형 있게 기억하며 신명기를 썼다. 신명기 묵상을 통해 모세를 모세 되게 했던 은혜를 만나고, 그 은혜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 제자다움이 드러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