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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월

도마, 의심을 넘어 증인으로 서다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요한복음을 묵상하면서 탐구하게 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도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제자 도마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다뤘다. 이에 비해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은 제자들의 명단을 말하면서 단 한 번씩만 기록했을 뿐이다(참조 마 10:3; 막 3:18; 눅 6:15). 도마에 대한 세 복음서의 언급이 한 구절에 그친 점에 비하면 요한복음이 그를 여덟 구절에 걸쳐 다뤘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이해하지 못하는 중에 쓰임받다
요한복음에서 도마는 네 번 등장한다. 그 첫 번째 등장은 11장 16절이다. “디두모라고도 하는 도마가 다른 제자들에게 말하되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 하니라”(요 11:16). 도마의 이 말은 죽은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엄청난 사건의 맥락에서 나타났다.
도마는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했을까? 짐작컨대 그는 죽은 나사로가 다시 살아날 것을 알고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다시 사신 예수님을 직접 보기 전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도마가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라고 말한 이후,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나사로의 집으로 갔고, 죽은 나사로가 무덤에서 걸어 나오는 엄청난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요한복음에서 도마의 두 번째 등장은 마지막 만찬 때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씀하시자, 도마는 “주여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요 14:5)라고 말했다. 십자가의 죽음을 설명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도마는 ‘어디로 떠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마의 이 질문으로 인해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는 놀라운 진리가 선포됐다. 그는 요한복음에서 예수님만이 유일한 메시아이심을 천명하게 한 인물이다.


의심 많은 도마에서 복음의 증인으로
도마의 세 번째 등장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제자들의 말에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요 20:25). 도마는 단호했다.
이로 인해 도마는 두고두고 ‘의심 많은 도마’라는 수식어를 받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동지요 위로자, 그리고 결국 확고히 믿게 되는 소망을 품게 한 인물이 됐다. 더 나아가 이 의심 많은 도마는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임을 확증하는 인물이 된다.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
도마의 마지막 등장은 다시 고기 잡으러 간 베드로와 함께 디베랴호수에 있을 때다.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그날 밤에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더니”(요 21:2~3).
이 상황에서 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마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해 그물을 들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를 잡고, 숯불에 구운 생선으로 예수님과 함께 조반을 먹었으며,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도마는 예수님을 잘 알지 못했고, 동료 제자들의 증언에도 의심을 버리지 않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승천하신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해 다른 사도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았다(참조 행 1:13).
한마디로 의심 많았던 도마는 요한복음의 기록 목적 곧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는 말씀의 실증으로 보인다.
나아가 도마의 이런 면면은, 그가 후에 인도에 복음을 전해 인도 교회의 초석이 됐다는 일부 교회사가들의 견해를 수긍하게 한다. 요한복음과 함께 ‘세상 죄를 지고 가신 우리의 유일한 구세주 예수님’을 도마처럼 알아 가는 희열이 넘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