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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믿음으로 반전의 역사에 선 에스더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믿음의 여인 에스더 이야기는 이방 땅 바사제국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생애가 시작부터 고난임을 의미했다.
유다인 에스더가 당시 바사의 수도 수산에 있게 된 이유는 조국의 멸망 때문이었다. 바벨론에 의해 무너지고 포로가 돼 고국산천을 떠나야 했던 아픔이 에스더의 성장 배경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유가 어떠하든 부모 없는(에 2:7) 에스더는 실향의 아픔에 비할 수 없는 절망의 그림자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큰 아픔과 절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섭리에는 필적할 바가 아니다. 에스더가 바로 믿음으로 반전의 역사에 선 그 증인이 된다.

 

 

에스더의 결심, ‘죽으면 죽으리이다’
일찍이 이스라엘의 첫 왕 사울은 하나님께로부터 블레셋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받는다(삼상 15:1~3). 하지만 사울은 블레셋의 번창과 부요 앞에 그만 절반만 순종하는, 곧 불순종의 치명적 잘못을 범한다. 블레셋에서 가치 없고 볼품없는 것들만 진멸하고, 왕 아각과 함께 좋은 것들은 남긴다(삼상 15:9). 이 일로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을 받는다(삼상 15:26).
이렇게 유다 민족과 원수의 역사를 지니게 된 블레셋 왕족 가문의 하만이 에스더 앞에 다시 등장하면서 유다인은 몰살의 음모에 직면한다. 이 음모는 너무도 치밀해 바사제국 왕의 허락뿐만 아니라 왕의 도장이 찍힌 조서까지 반포되기에 이른다(에 3:12). “왕의 명령과 조서가 각 지방에 이르매 유다인이 크게 애통하여 금식하며 울며 부르짖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에 누운 자가 무수하더라”(에 4:3). 유다인이 당한 위기를 한눈에 보여 주는 구절이다.
모르드개도 위기를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에스더에게 강한 어조로 결단을 촉구했다. “이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다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에 4:14). 이에 에스더는 모르드개에게 유다인들을 모아 금식기도를 부탁하고 자신도 삼 일 밤낮을 ‘죽으면 죽으리이다’라는 각오로 금식기도 하며 규례를 어기고 왕 앞에 담대히 나간다.

 

반전의 역사, 그 중심에 서다
결과는 상상초월의 대반전이었다. 첫 번째 증거는 ‘그 나무’다.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에 7:10). 두 번째 증거는 ‘그 반지’다. “왕이 하만에게서 거둔 반지를 빼어 모르드개에게 준지라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하만의 집을 관리하게 하니라”(에 8:2).
세 번째 증거는 ‘그날’이다. “아달월 곧 열두째 달 십삼 일은 왕의 어명을 시행하게 된 날이라 유다인의 대적들이 그들을 제거하기를 바랐더니 유다인이 도리어 자기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제거하게 된 그날에”(에 9:1).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이 대반전의 역사 한가운데 우뚝 선 인물이 바로 에스더다. 그녀가 고통과 절망의 역사 한가운데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은 첫째, 여호와 하나님만이 생명의 주권자이심을 믿는 것이었고, 둘째, 금식하며 엎드리는 성도의 신음과 간구를 들으시는 살아 계신 분임을 믿는 것이었다(에 4:15~16).


믿음은 온몸으로 배운 말씀에서 나온다
궁금하다. 에스더는 어떻게 이 놀라운 대반전의 현장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믿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던 것일까?
에스더서는 그 이유를 2장 7절에서 밝혀 준다. “그의 삼촌의 딸 하닷사 곧 에스더는 부모가 없었으나 용모가 곱고 아리따운 처녀라 그의 부모가 죽은 후에 모르드개가 자기 딸같이 양육하더라.”
한마디로 모르드개의 자녀 양육 방법에 그 비결이 있다. 유대인의 양육은 율법에 기초한다. 말씀 암송과 묵상이 자녀 양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르드개의 에스더 양육은 신앙의 전수였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사람이 있다. 모르드개다. “전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와 백성을 사로잡아 갈 때에 모르드개도 함께 사로잡혔더라”(에 2:6). 모르드개는 조국의 이전 역사, 곧 조국이 하나님의 말씀을 떠남으로 인해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멸망의 역사를 직접 겪어 본 사람이었다. 말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뼛속까지 각인돼 있는 사람이었다.
온몸으로 말씀의 절대적인 진실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던 삼촌 모르드개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에스더. 바로 그것이 그녀를 대반전의 역사 한가운데 믿음으로 서게 한 것이다. 또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12월, 에스더와 함께 대반전의 새역사를 일구는 믿음의 대열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