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베드로는 복음서에 기록된 것처럼 예수님께로부터 첫 번째로 부름 받은 제자다(마 4:18~19). 그뿐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여러 번 감당한다(참조 마 14:29, 16:16~18, 17:1, 26:33; 요 21:15~18 등).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통해 베드로의 기질이나 됨됨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베드로가 쓴 두 편지 베드로전·후서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의 일면을 탐구하고자 한다.
믿음은 ‘지금’의 문제
베드로는 한마디로, 복음 안에서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이겨내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신앙의 길이란 철저히 ‘현재성’을 지닌다는 점을 생생하게 깨달은 인물이었다. 그는 복음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의 삶을 ‘현재’가 되게 만든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베드로가 깨달은 그리스도인의 현재적 삶이란 바로 고난이었다.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4:12~13).
심지어 그는 고난의 삶이 제자의 소명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벧전 2:21).
더 나아가 현재의 고난은 유혹을 이기고 거룩을 이루는 순종의 다른 표현으로 강조했다(벧전 1:14, 22). 그는 베드로전서라는 짧은 편지에서 고난을 감당하며 인내와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반복해 교훈한 것이다(벧전 3:14, 4:1, 4:12~14).
믿음은 ‘미래’의 눈을 갖는 것
또한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무엇보다 ‘미래’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에게 십자가의 복음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삶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므로 너희가 이제 여러 가지 시험으로 말미암아 잠깐 근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으나 오히려 크게 기뻐하는도다 너희 믿음의 확실함은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할 것이니라”(벧전 1:6~7).
베드로는 이 땅에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 믿음의 삶을 사는 것을 ‘잠깐’이라는 시간적 개념으로 이해했고(벧전 5:10), 예수님의 재림의 관점에서 이해했다(벧전 1:13, 4:7; 벧후 1:16, 3:4, 3:12). 그는 고난과 유혹의 현재를 미래의 눈으로 이겨냈다.
베드로는 ‘소망의 신앙’을 가진 자였다(벧전 1:3). 그리고 그것은 약속이 있는 확실한 것이었다(벧후 1:4).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벧후 3:13). 그는 미래를 추정하는 자가 아니라 미래를 확신하는 진정한 미래학자였다.
현재와 미래를 융합하는 신앙의 길
베드로는 어떻게 복음이 현재의 신앙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미래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성도의 정체성이고, 둘째는 예수님의 정체성이다.
베드로가 깨달은 성도의 정체성은 ‘나그네’다(벧전 1:1, 2:11; 벧후 1:13~14). 물론 베드로는 자신을 나그네로 이해했다.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정체성이요, 제자의 길에서 얻게 되는 고난의 상징이었다. 말하자면 베드로는 예수님의 복음에서 ‘현재 = 나그네’라는 공식을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철저히 현재의 신앙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베드로가 고난의 현재에 낙심하지 않으면서도 도리어 현실에 충실한 제자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았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죽으시고 부활하신 분으로 알았고(벧전 1:3),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우리를 위한 것임도 알았다(벧전 2:24, 3:18).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셔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는 분임을 깨달았다(벧전 1:7, 13; 벧후 1:11, 16, 3:10). 따라서 그는 미래의 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베드로가 현재와 미래가 융합된 신앙의 길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지자들이 예언한 말씀’과 ‘사도들의 가르침’ 때문이었다(벧후 3:2). 곧 구약과 신약성경이다. 이번 호를 통해 베드로가 쓴 편지들을 묵상하면서 복음에 사로잡혀 현재를 이기는 베드로의 눈을 갖게 되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