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민수기 22~24장에 등장하는 발람은 우리를 무척 당혹하게 한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을 살륙하는 중에 브올의 아들 점술가 발람도 칼날로 죽였더라”(수 13:22). 여호수아서에 기록된 것처럼 발람은 ‘점술가’다.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점술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기록된 이유는 무엇이며, 발람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임재를 경험했던 발람
발람의 이야기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점은 그가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구하고 들었다는 사실이다. “발람이 그들에게 이르되…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는 대로 너희에게 대답하리라…”(민 22:8). 더욱이 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은 어쩌다 한번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발람이 대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내 입에 주신 말씀을 내가 어찌 말하지 아니할 수 있으리이까”(민 23:12, 참조 민 23:7, 18, 24:3 등).
발람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고도 했다. “발람이…이르되 발락이 그 집에 가득한 은금을 내게 줄지라도 내가 능히 여호와 내 하나님의 말씀을 어겨 덜하거나 더하지 못하겠노라”(민 22:18). “발람이 여호와의 사자에게 말하되 내가 범죄하였나이다…당신이 이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면 나는 돌아가겠나이다”(민 22:34). 심지어 그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그때에 하나님의 영이 그 위에 임하신지라”(민 24:2).
불의의 삯을 사랑한 거짓 선지자
발람의 예언 내용도 놀랍다. 발람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다른 사람에 의해 저주받을 수 없는 백성이다(민 23:7~10). 또한 말씀하신 대로 반드시 이루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민족(민 23:18~24), 놀랍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있는 백성(민 24:3~9), 메시아가 나올 민족이다(민 24:15~19). 이 정도라면 어느 선지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예언들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달랐다. 그런 사실이 성경 곳곳에 기록돼 있다. “그들은…메소보다미아의 브돌 사람 브올의 아들 발람에게 뇌물을 주어 너희를 저주하게 하려 하였으나”(신 23:4). “내 백성아 너는 모압왕 발락이 꾀한 것과 브올의 아들 발람이 그에게 대답한 것을 기억하며…”(미 6:5).
신약도 그에 대해 엄중하게 평가했다. “그들이 바른길을 떠나 미혹되어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르는도다 그는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벧후 2:15). “화 있을진저…삯을 위하여 발람의 어그러진 길로 몰려갔으며…”(유 1:11). 이처럼 발람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분명하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영적 체험을 하고 예언도 했지만, 그의 믿음에 의한 일은 아니었다.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욕망을 따른 발람
그의 이야기에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점술가인 그가 어떻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예언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런 놀라운 체험을 하고도, 그는 왜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 우리가 깨닫는 교훈은 아무리 영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보인다 해도, 그것이 곧 그의 믿음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답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허락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 민수기에서 발견한 힌트는 ‘회의하는 마음’이다. 발람은 하나님의 뜻이 분명한데도, 의심을 품어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하나님이 발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그들과 함께 가지도 말고 그 백성을 저주하지도 말라 그들은 복을 받은 자들이니라”(민 22:12).
이처럼 하나님의 뜻이 선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발람은 모압왕 발락이 물질과 권력이라는 ‘복채’(민 22:7)로 집요하게 접근하자, 하나님께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체적인 제재 속에서도 점점 발락의 요구를 따라갔다(참조 민 22:22, 31~32, 41, 23:13, 27 등).
종국에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큰 유혹에 빠지게 했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자손 앞에 걸림돌을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계 2:14, 참조 민 25장). 의심으로 인한 비극이다.
우리의 의심이 참된 믿음으로 변화되도록 은혜를 간구하자. 민수기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의심과 우리를 흔드는 욕망을 떨쳐 버리는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