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된 바울의 회심 사건은, 바울 개인뿐만 아니라 복음의 확산을 통한 신약 교회의 부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사건은 율법에 흠이 없던 바리새파 유대인이요 하나님을 향한 열심이 특별해 십자가를 따르는 자들을 박해하고 죽이기까지 했던 바울을, 바로 그 십자가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반전의 ‘복음 증인’으로 변화시켰다.
고난 속에서도 복음을 선포하는 바울
사도행전의 후반부는 사도행전 9장의 다메섹 사건을 두 번(참조 행 22:5~9, 26:12~16)이나 더 다루고 있다. 이 본문들은 예수님을 만나 복음의 사도로 부름받은 바울이, 고난의 길을 걸으면서도 끝까지 담대하게 십자가 복음을 선포하는 모습을 기술한다. 본문을 통해 사도행전이 말하는 바울의 인물됨을 확인하며, 바울이 어떻게 그런 인물이 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체험’을 통해 사도의 길로
사도행전에서 바울의 인물됨을 헤아릴 때 참고할 사항은 그가 체험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즉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께서 빛과 음성으로 바울에게 나타나셨던 회심의 체험이 사도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이 체험은 바울에게 복음 전파의 소명을 심어 줬다.
세 차례의 전도여행 이후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주저 없이 달려 온 바울의 복음 여정은 체포와 고통으로 이어진다. “온 성이 소동하여 백성이 달려와 모여 바울을 잡아 성전 밖으로 끌고 나가니 문들이 곧 닫히더라 그들이 그를 죽이려 할 때에… 그들이 천부장과 군인들을 보고 바울 치기를 그치는지라 이에 천부장이 가까이 가서 바울을 잡아 두 쇠사슬로 결박하라 명하고”(행 21:30~33a).
예루살렘에서의 이 부당한 체포와 핍박은 더욱 불합리하고 복잡하게 얽혀 바울은 죄인의 신분으로 가이사랴에 있는 총독의 감옥에 수감된다.
“바울이 변명하여 이르되… 내가 도무지 죄를 범하지 아니하였노라 하니… 바울은 황제의 판결을 받도록 자기를 지켜 주기를 호소하므로 내가 그를 가이사에게 보내기까지 지켜 두라 명하였노라 하니”(행 25:8~21).
이와 같이 모든 불의한 고난 속에서도 바울이 가득한 확신으로 믿음의 길, 전도자의 길, 사도의 길을 간 것은, 그가 무엇보다 분명한 회심을 체험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메섹 도상에서의 체험과 더불어 이후 계속된 체험은 바울의 사역을 이어 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 “성전에서 기도할 때에 황홀한 중에 보매 주께서 내게 말씀하시되”(행 22:17~18). “그날 밤에 주께서 바울 곁에 서서 이르시되 담대하라…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하리라 하시니라”(행 23:11). “네가 속한 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제 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행 27:23).
‘말씀’을 통해 고난을 통과하다
극적인 회심과 부르심으로 시작돼 사도의 길을 달려가는 바울이, 고난의 여정 속에서도 주저함 없이 확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말씀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내가 오늘까지 서서 높고 낮은 사람 앞에서 증언하는 것은 선지자들과 모세가 반드시 되리라고 말한 것밖에 없으니”(행 26:22).
주님께로부터 직접 부르심을 받았음에도, 부당하고 불의한 고난 가운데 있는 바울이 견고하게 사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모세와 선지자들의 말씀, 곧 하나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바울은 구약으로부터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으실 것과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다시 살아나실 것 그리고 그 복음이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 전파돼야 함을 확신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바울이 죄수의 신분으로 로마 군인의 호송을 받고 도착한 로마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바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에 대하여 권하더라”(행 28:23). 바울은 무엇보다 말씀의 인물이었다.
체험과 말씀의 사람이었던 바울은 죄수의 신분으로 로마에 도착한 것을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의 성취로 봤고, 거기서 십자가 복음을 담대하게 선포할 수 있었다. 사도행전을 묵상하는 우리에게도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주시는 놀라운 영적 체험과 말씀의 능력 사이에서 소명의 삶과 증인의 삶을 회복하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