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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예수님은 계속 알아 가야 할 분임을 증명한 베드로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공관복음인 마태·마가·누가복음은 각각 특징이 있고, 강조하는 바도 각기 다르다. 하지만 예수님에 대한 베드로의 ‘신앙고백’ 사건(마 16:13~16; 막 8:27~29; 눅 9:18~20)은 각 복음서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사렛 예수를 누구로 아느냐, 곧 예수님의 정체가 무엇인지, 예수님께서 어떤 분인지가 중심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서를 읽을 때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바르게 알아 가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는 그리스도’라고 정확히 고백한 베드로
그러므로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직접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9:20a) 라고 질문하신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베드로가 “하나님의 그리스도이시니이다”(9:20b)라고 답변한 점에 유의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탐구하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베드로는 성경 인물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베드로에 대한 성경 밖의 자료는 그리 많지 않고 신뢰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베드로에 대한 탐구는 철저히 성경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예수를 누구라 하느냐” 하는 결정적 질문에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한 인물 베드로. 누가복음에 그려진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라고 정확하게 고백했다. 성경 전체는 한마디로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한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 전부가 바로 예수가 ‘그리스도’, 곧 ‘구세주’라는 사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런 점에서 베드로는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고, 그를 향해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마 16:17)라고 하신 예수님의 칭찬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그런데 베드로의 위대한 고백 직후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진다. 그가 여전히 예수님을 잘 모르는 인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경고’를 받았고, ‘꾸짖음’을 당했다(9:21, 참조 막 8:33). 본문은 분명 베드로가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말한 것 때문에 이어지게 된 경고요 꾸짖음이라고 말한다.
또한 변화 산 사건(9:28~36)에서는 ‘깊이 졸고’ 있는 자(9:32),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는 자’(9:33)로 기록한다. 이후에도 기도에 무능하고(9:40),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알지 못하며, 누가 큰지 다투는 인물(9:46), 하나님 나라를 잘 모르는 자(10:11, 20, 11:20, 12:41, 18:28 등), 두려워하고(12:4), 염려하며(12:11, 22), 근심하고(12:29), 심지어 예수님을 모른다고 강력하게 부인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여자여 내가 그를 알지 못하노라”(22:57).
그러면 베드로의 고백은 무엇인가? 그는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제자로 따르면서,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하는 질문에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결론에 분명히 도달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권위 있는 가르침을 베푸시고(4:32, 6:20~49), 귀신을 쫓아내시며(4:35, 6:18, 8:29), 온갖 병자들을 고치시고(4:40, 5:24, 8:2), 광풍을 잠잠하게 하시는(8:24), 그야말로 ‘큰일’을 행하시는 예수를 직접 봤기 때문이다(참조 8:25, 38).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충분히 그리스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그런 구세주였을 뿐이다.


주님을 더 알아 가는 길에 선 베드로
베드로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가 알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성경이 명확히 밝히듯 베드로가 그런 인물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예수님이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서의 사역을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이루신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9:22, 44, 51, 18:34, 22:34 등). 말하자면 그는 아직 하나님의 일을 생각할 만큼 예수님을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마 16:23).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 이후, 사도행전이나 베드로전·후서에서 발견되는 베드로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만을 담대히 전하는 인물이다(행 4:12; 벧전 1:3, 19 등). 그런 점에서 누가복음의 베드로는 제자의 길을 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을 처음부터 온전히 깨닫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증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 호 묵상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구세주가 아니라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구세주를 알아 가는 위대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