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블레셋 사람의 길과 홍해의 광야 길
“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은 가까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그 길로 인도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돌이켜 애굽으로 돌아갈까 하셨음이라”(출 13:17)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가는 일반적인 방법은 당시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가장 빠른 길로, 지중해 변두리를 따라가는 소위 ‘블레셋 사람의 길’(출 13:17)이고, 두 번째는 고센 지방에서 술(수르) 광야 중심부를 통과해 가나안 남부의 중앙으로 가는 길이며, 세 번째는 온(On)을 떠나 수에즈 만의 북단을 거쳐 시나이 반도의 중앙부를 통과해 아카바 만으로 직행하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위와는 전혀 다른 경로로 출애굽 했다. 성경은 그 길을 ‘홍해의 광야 길’(출 13:18)이라고 기록했다. 하나님께서는 왜 가장 쉽고 빠른 길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지 않으시고, 멀고 험한 홍해 광야 길로 인도하셨을까?
나는 지프를 이용해 홍해 광야 길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또 순례팀을 이끌고 직접 순례를 하며 이스라엘이 지났던 신 광야에서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 숙박해 봤다. 이를 통해 그곳이 불 기둥과 구름 기둥이 없으면 도저히 40년을 지낼 수 없는 것이 광야임을 몸소 체험했다. 체험을 통해 인간의 그 어떤 노력으로도 살 수 없는 곳이 광야(사막)요,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훈련의 장소가 광야임을 깨달았다.
본문 말씀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이 아닌 홍해 광야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택한 백성이 천국으로 상징되는 약속의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갈 자격을 충분히 갖춘 백성이 되게 하기 위해 홍해 광야 길로 인도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을 홍해 광야 길로 인도하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날도 때때로 자신의 백성인 우리를 광야에서 훈련시키신다.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믿음의 용사로 자라나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게 하시기 위해서!
이스라엘이 육지같이 건넜던 홍해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지라”(출 14:21)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 중에 첫 번째로 겪게 된 하나님의 시험은 홍해에서였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홍해와 바로의 군대 사이에 놓이게 하시고, 그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주목하셨다.
오늘날 이스라엘이 건넌 홍해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시내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스라엘이 건넌 홍해는 아카바 만에 있는 홍해를 말한다. 그러나 그곳은 바로가 라암셋에서 병거를 이끌고 추적하기에 버스로도 8시간 이상 걸리는 너무 먼 거리인데다 사막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찬반 논란이 있으나 지금까지 정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견해는, 지금은 호수가 된 수에즈 만 홍해 북쪽을 오늘날의 빅터 호수로 보고 있다.
고대의 홍해는 인도양과 페르시아 만까지 포함됐으나, 오늘날의 홍해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를 분리시켜 내포(內浦)로만 한정됐다. 홍해는 길이가 2,400km가 되며,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나누고 있다. 이 중에 시나이 반도를 중간에 두고 북쪽으로 뻗은 두 개의 만이 있는데, 하나는 약 208km인 시나이 반도 서쪽의 수에즈 만이고, 다른 하나는 길이 약 144km인 시나이 반도 동쪽의 아카바 만이다. 시나이 반도 남쪽 끝에서 합쳐진 홍해는 아덴 만과 아라비아 해를 통해 인도양으로 뻗어나간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기적으로 건넌 홍해는 수에즈 만 쪽의 홍해이며, 솔로몬이 배를 건조하고 시바 여왕이 올라온 곳은 오늘날 엘랏 항구가 있는 아카바 만의 홍해이다.
나는 이스라엘이 건넌 곳으로 주장되는 빅터 호수의 호텔에 묵으면서, 그 옛날 홍해를 앞에 두고 절망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해 봤다. 그들에게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다 밑에 길을 예비해 놓으셨다. 우리의 삶도 홍해 앞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사람으로서는 해결할 길이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길을 예비해 놓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블레셋 사람의 길에 있는 와디 엘 알리스 표지판
이스라엘이 건넌 오늘날의 빅터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