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예루살렘 서쪽에 위치한 엠마오
예수님께서는 안식 후 첫날(주일)에 부활하셔서 엠마오로 향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누가복음 24장 13절에 언급된 엠마오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고증되지는 않았지만, 예루살렘에서 60스타디아(약 11km) 거리라고 감안할 때 기럇여아림과 쿠베이바라는 엠마오2가 가장 유력하다(지도 참조).
그러나 당시 가장 유명한 곳은 니고볼리라 불리는 엠마오로, 예루살렘에서 160스타디아인 31km 정도 떨어져 있다. 엠마오가 온천을 뜻하는 ‘하맛’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볼 때, 니고볼리 엠마오에는 온천도 있어서 초대 교회 지리학자들은 이곳을 엠마오로 여겼다.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거리와 너무 멀다.
확실한 점은 엠마오 후보지 세 군데가 모두 예루살렘 서쪽에 있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서쪽 해변으로 가는 길은 벧호론과 기럇여아림 쪽 길이 있다. 이 길에 엠마오가 있었고, 그 후보지는 기럇여아림과 엠마오교회가 있는 엠마오1과 엠마오2로 추정한다. 엠마오로 향하는 길은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기럇여아림을 지나고, 약간 북쪽 벧호론길로 가면 엠마오2인 쿠베이바를 지난다. 어느 길을 택하든지 서쪽 해변과 예루살렘을 잇는 중요한 도로다.
역사적 발자취가 담긴 엠마오길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 제자 글로바를 만나셨다. 공생애 중 한 번도 예루살렘 서쪽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부활 후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으로 만난 곳은 왜 서쪽이었을까?
만약 엠마오로 가는 길이 엠마오2가 있는 벧호론길이라면, 그곳은 과거 여호수아가 가나안 연합군과 싸웠던 곳이다. 그때 해와 달을 하늘에 머물게 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또한 사무엘이 블레셋을 치고, 사울과 요나단이 블레셋을 물리치러 내려간 길이기도 하다.
물론 다윗도 르바임 골짜기를 통해 올라온 블레셋을 이 길에서 밀어냈다. 왕이 된 다윗은 이 길을 따라 법궤를 옮겨 왔다. 이런 기쁜 사건 외에도 이집트 왕 시삭이 쳐들어 왔고, 헬라와 로마 등 강대국이 예루살렘을 점령할 때 지나간 길이기도 하다.
언약궤와 말씀이 머문 엠마오
만약 엠마오길이 벧호론길이 아닌 기럇여아림길이라면, 실로에 있던 법궤가 아스돗, 가드, 에그론, 벧세메스를 거쳐 기럇여아림으로 이동한 사건과 관련이 깊다(삼상 4~5장). 블레셋에서 돌아온 법궤는 짧게는 20년, 길게는 80년가량 기럇여아림에 머물렀다.
예수님께서는 언약궤가 머물던 근처에 오셔서 선지자의 말을 더디 믿는 엠마오길의 제자들에게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해 예수님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셨다. 이렇게 예수님의 사역 중 하나가 말씀의 참된 의미를 알려 주는 것이므로, 부활하신 후 언약궤가 머물렀던 장소를 찾아가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복음의 길 엠마오
성령 강림 후 제자들은 모두 서쪽으로 향했다. 빌립은 서북쪽 사마리아로, 베드로는 엠마오길을 통해 룻다와 욥바를 거쳐 가이사랴로 가서 이방인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했다. 바울은 전도여행 당시 엠마오길로 다녔고, 3차 전도여행 후 예루살렘에서 잡혀 로마로 향할 때에도 이 길로 갔다.
그 후 수많은 복음 전도자들은 엠마오길을 따라 순교의 길을 갔다. 복음으로 인해 암담한 길을 갈 때마다 말씀으로 위로하셨던 주님께서 지금도 내 마음을 뜨겁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