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7년 06월

갈멜 산의 불과 물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엘리야의 행적을 찾아 갈멜 산으로
엘리야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가뭄을 선포하고 그릿 시냇가를 거쳐 사르밧으로 이동한 다. 이후 갈멜 산에서 불을 내려 바알 선지자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간절한 기도로 비를 내려 불과 물을 모두 내린 선지자가 됐다. 그의 행적을 찾아가 봤다.
고대의 해변처럼 서해안으로 쭉 뻗은 현대 해변 고속도로인 6번 도로를 따라 욕느암까지 왔다. 욕느암 길은 해변에서 북쪽으로 나갈 때 넘어야 하는 갈멜 산을 통과하는 세 개의 길 중 하나다.
욕느암에서 북서쪽 산지 능선을 따라 10km 정도를 올랐을까. 아랍어로 ‘불’이라는 뜻을 가진 ‘무크라카’라는 엘리야 수도원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 좌우에 늘어선 상수리나무들의 모습이, 갈멜 산지가 바닷가 근처에 위치하면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바알 선지자들과의 대결
무크라카 수도원을 들어서자 좌측에는 엘리야가 바알 선지자의 목을 밟고 있는 역동적인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동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순례객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도원 지붕으로 향했다. 수도원 지붕에 올라서니 동북쪽 이스르엘 골짜기 전체와 서쪽 지중해 바닷가 쪽이 보인다. 수도원 아래 수많은 석회암 바위들은 그 시대 엘리야가 했던 대결을 기억할까?
길게 늘어선 갈멜 산의 한 정점에서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과 불을 내리는 대결을 했다. 불의 신 바알은 불을 내리지 못하고 여호와의 종 엘리야가 불을 내렸다. 그냥 불이 아니라 제단 위의 제물, 나무, 제단 돌, 제단 아래 흙과 주변 도랑에 부어 놓은 물까지도 모두 태워 버렸다.
그런데 3년 반 동안 계속된 가뭄에 도랑을 채울 물은 어디서 났을까? 어떤 이는 바닷가에서 가져왔다고 하지만 그곳은 직선거리로도 15km가 넘으니 종일이 걸릴 테고, 갈멜 산에 숲이 많으니 그곳의 한 샘에서 물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도 턱없이 부족하니 십중팔구 백성이 싸온 물주머니를 동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알 대 하나님, 아합 대 엘리야라는 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구름 떼 같은 백성이 지참한 물을 활용하고, 하나님의 뜻에 맞는 기도를 간절하게 드림으로 엘리야는 최고의 응답을 받은 것이다.


불과 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대결이 끝나고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을 갈멜 산 동쪽, 약 500m 아래 기손 시내로 끌고 내려갔다. 이곳에서 그들을 죽여 베니게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 지역부터 여호와의 땅임을 경고한 것이다.
이어 다시 갈멜 산에 올라온 엘리야는 서쪽을 바라보고 기도했다. 지중해가 있는 서쪽에서 바람이 불면 비가 내린다(눅 12:54). 한 번, 두 번…. 일곱 번 간절하게 기도한 후에야 바다에서 사람의 손바닥만 한 구름이 나타났다. 이후 하늘이 캄캄해지며 큰비가 내려 3년 반 동안의 가뭄을 해소할 수 있었다. 불뿐만 아니라 물을 주관하시는 분 역시 하나님이심을 드러낸 것이다.

갈멜 산에 서서 엘리야의 기도와 그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려본다. 야고보 사도는 엘리야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간절한 기도로 불도 내리고 비도 내렸다고 고백한다(약 5:17). 동서남북이 탁 트인 갈멜 산 사방을 보며, 모두 바알에게 넘어가 나 혼자밖에 없는 것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도 하늘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는 불가능도 가능케 함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