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1차 전도여행의 길을 따라
밤빌리아의 항구 앗달리아에 도착했다. 의외로 번화가였다. 신약 시대에 앗달리아는 버가의 위성 항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버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 휴양 도시로 발전해 있었다.
앗달리아 항구에서 버가를 거쳐 산지로 오른다. 180km를 달려 해발 1180m까지 올라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르렀다. 앗달리아-버가-비시디아 안디옥-이고니온-루스드라-더베에 이르는 1차 전도여행에서 이용한 길은 로마가 산적을 소탕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세바스테 길’이다.
비시디아 안디옥에 와 보니 눈이 내렸다. 중동 지방에 이렇게 눈이 내린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도 바울이 얼마나 고생하면서 사역했을지 몸으로 느껴진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추위를 경험할 수 없다. 눈이 쌓이는 일이 거의 없는 비교적 따뜻한 곳이다. 그런데 바울은 전도여행을 하면서 추위에 맞서야 했다. 어려운 만큼 보람 있는 자리였다. 저 멀리 바울기념교회가 보인다. 어린아이들이 세례를 받던 유아 세례터도 보인다.
첫 번째 결실, 안디옥교회
주후 47~48년경 사도 바울과 그 일행은 전도여행을 떠났다. 첫 선교지는 구브로 섬이었는데, 정식으로 교회를 세우지는 못했다. 복음을 전해도 열매가 열리지 않음에 지친 마가는 밤빌리아 지방의 버가에서 선교팀을 이탈하고 말았다.
실망에 빠진 선교팀은 어렵게 산지로 올랐다. 가까스로 도착한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드디어 복음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구주로 모시면서 첫 교회가 세워졌다. 유대인의 회당에서 복음을 전했는데, 그곳에 있던 경건한 헬라인들과 이방인들이 복음을 받기 시작하면서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비시디아 안디옥은 갈라디아에 있는 로마 직할 도시로써 로마인들이 살았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구브로의 서기오 바울이 이곳 출신이라서 바울 일행이 소개를 받고 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구브로 섬에서 했던 전도의 수고도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난 중에 얻은 열매들
바울은 이어 이고니온교회, 루스드라교회, 더베교회를 세우면서 비시디아 안디옥교회까지 총 5개의 갈라디아 지역 교회를 세웠다. 하나님께서 갈라디아에서 복음의 문을 활짝 여셨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강한 박해가 일어나 바울은 서둘러 다른 마을로 도망해야 했다. 그런데 그곳까지 박해단이 뒤따라왔다. 그들은 루스드라에서 바울을 돌로 쳐 죽이려고 했다.
바울은 분명 과거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을 박해하던 시절에 돌에 맞아 죽게 했던 스데반 집사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심정은 얼마나 참혹했을까. 그러나 이런 고난의 현장에서 바울은 디모데라는 믿음의 청년을 얻었다.
‘다른 복음’은 없다
1차 전도여행의 열매는 갈라디아 지역 교회다. 하나님께서는 이 과정에 로마가 만든 길과 유대인의 회당, 전도인들의 관계를 사용하셨다.
복음을 들고 눈 쌓인 언덕을 넘었을 바울 일행. 빚진 자의 마음으로 그들을 떠올려 본다. 첫 번째 전도의 열매를 위해 해산의 고통을 감당했던 선교팀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에게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바울은 전도여행 후 수리아 안디옥에 돌아가 갈라디아서를 쓴다. 첫사랑과 같은 교회가 ‘다른 복음’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사도인 자신이 전한 ‘참복음’으로 속히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성도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편지에 간절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