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반석에 물을 내 마신 므리바
“다 같은 신령한 음료를 마셨으니 이는 그들을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셨으매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고전 10:4)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르비딤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두 가지 기적을 경험한다. 하나는 이 골짜기에 있는 므리바에서 목말라 죽게 됐을 때 반석을 쳐서 물을 내 마신 일이고(출 17:1~7), 다른 하나는 아말렉 군대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일이다(출 17:8~16).
므리바와 관련된 사건은 성경에 두 번 나온다. 르비딤에서의 사건(출 17:1~7)과 가데스 근교에서의 사건(민 20:1~11)이다. 훗날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 물은 신령한 반석에서 나온 신령한 음료”라고 말하며, 그 반석이 바로 그리스도임을 밝힌다.
시내 산을 정통적으로 주장하는 시나이 반도 남쪽의 제벨 무사(Jebel Musa)로 보는 경우, 대부분의 학자들은 르비딤을 와디 파이란(Wadi Feiran)으로 본다. 와디 파이란은 비잔틴 시대부터 지지를 받는 곳으로 시내 산 북서쪽 20㎞ 지점인 제벨 세르발(Jebel Serbal) 북쪽에 전개되는 비옥한 골짜기 평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골짜기의 이름이 파이란 오아시스인데, 홍해를 건너 시내 산으로 가는 노정에 있는 가장 큰 오아시스 마을로 도로변을 따라 4㎞ 정도에 걸쳐 대추야자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져 있고, 여러 곳에 물이 있는 꽤 큰 마을이다.
이곳에는 모세 수도원이 있었으며, 파이란 수녀원과 모세가 손을 들고 기도했다는 제벨 엣 타후네란이 있다. 특히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을 냈다는 므리바의 물가가 이 와디 파이란에 있다는 것이 정통적인 견해이다.
대개의 경우 이곳은 여행 일정상 밤에 지나가지만, 나는 광야에서 하루 숙박하고 이튿날 신 광야에서 출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오후 4시쯤이면 이 골짜기에 도착한다.
홍해의 기적을 겪고도 목말라 죽겠다고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그런 그들을 위해 반석에서 물을 내시고 아말렉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묵상할 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능력을 믿고 나아갈 때 죽을 지경에 이를 정도의 목마름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음을 확신하곤 한다.
바울이 여러 차례 지나간 마게도냐 지역
“내가 마게도냐를 지날 터이니 마게도냐를 지난 후에 너희에게 가서 혹 너희와 함께 머물며 겨울을 지낼 듯도 하니 이는 너희가 나를 내가 갈 곳으로 보내어 주게 하려 함이라”(고전 16:5~6)
마게도냐는 그리스 본토 북쪽 지역을 가리킨다. 바울은 2차 전도여행 때 네압볼리에 도착한 후, 빌립보를 지나 마게도냐 지역을 지나면서 복음을 전했다. 이때 아가야 지역에 있는 고린도에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3차 전도여행 중 에베소에서 3년간 머물며 사역하던 중에 고린도교회의 문제점들을 듣게 됐고, 그 문제들에 대한 신앙적 진단과 교훈을 하기 위해 쓴 편지가 바로 고린도 서신이다.
이제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편지하면서 마게도냐를 지나 고린도로 갈 것을 말하고 있다. 마게도냐(Macedonia, 행 16:10; 롬 15:26; 고전 16:5)는 오늘날 그리스 북부 지역의 아드리아 해와 에게 해 사이에 펼쳐져 있다.
마게도냐 왕국은 페르디카스 1세(Perdikkas 1)에 의해 B.C. 7세기경 설립됐으며, 그 후 6명의 자손들에 의해 계승됐다. 그중에는 필립 1세와 알렉산더 1세가 있으며, B.C. 359년 필립 2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마게도냐를 크고 강한 왕국으로 만들었고, 뒤를 이은 그의 아들 알렉산더 3세는 그의 고향으로부터 나일 강과 인더스 강에 이르기까지 대제국을 이뤘다.
마게도냐는 아시아와 서양 사이의 주요 통로 역할을 했다. 로마의 속주가 된 후에는 로마인들에 의해 이 지역에 비아 에그나티아(Via Egnatia)라는 유명한 길이 닦였다. 아드리아 해안의 두라키움이나 아볼로니아에서 출발하는 이 길은 여러 산을 가로질러 마게도냐 경내의 데살로니가에 도달한 후, 다른 아볼로니아에서 암비볼리, 빌립보, 네압볼리를 지났다.
나는 십여 차례 이곳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암비볼리 나루터에 차를 세워 놓고 나루터를 바라본다. 다리가 없던 시절, 바울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작고 낡은 나룻배를 타고 이곳을 건넜을 것이다. 그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 내게 맡겨진 길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바울처럼 끝까지 달려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곤 한다.
므리바의 물 사건이 일어난 르비딤 골짜기
암비볼리 근교의 나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