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도피성, 살인자를 위한 피난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내가 모세를 통하여 너희에게 말한 도피성들을 너희를 위해 정하여 부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를 그리로 도망하게 하라 이는 너희를 위해 피의 보복자를 피할 곳이니라”(수 20:2~3)
도피성(Cities of refuge, 민 35:6; 수 21:13; 대상 6:67)은 고의가 아닌 우발적으로 살인한 자를 피해자의 복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곳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이미 모세를 통해 주신 일종의 인권보호제도다(출 21:12~14). 위치는 요단 강 동쪽에 골란, 길르앗 라못(중간 지점), 베셀(남쪽) 등 세 곳, 서쪽에 게데스(북쪽), 세겜(중간 지점), 헤브론(남쪽) 등 세 곳으로 모두 여섯 곳을 도피하기 쉽게 길을 잘 닦도록 했다(신 19:2~6).
살인자는 반드시 죽이라고 명령하신 하나님께서 이처럼 도피성을 만드신 이유는 ‘공의의 하나님’인 동시에 ‘인애의 하나님’이신 하나님의 속성 때문이다.
도피성으로 몸을 숨겨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적용됐다(민 35:15). 또한 도피성으로 피한 자는 그 지역의 제사장이 죽을 때까지 그 성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민 35:28).
나는 6개의 도피성 중 5곳을 방문했는데, 각 도피성을 답사하면서 동일하게 느낀 것은 세상에는 영원한 도피처가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영원한 피난처요 도피처가 되신다는 사실이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은 파괴돼 옛 흔적만 남은 유적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세상에 사는 동안 피할 곳이 없는 상황에 있을 때, 오직 안전한 피난처인 예수께 피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게데스, 도피성을 비롯한 역사의 현장
“이에 그들이 납달리의 산지 갈릴리 게데스와 에브라임 산지의 세겜과 유다 산지의 기럇 아르바 곧 헤브론과”(수 20:7)
성경의 게데스는 하솔 북서쪽 11㎞, 고대 훌레 호수 서쪽에 위치한 오늘날의 텔 카데스(T. Kadesh)를 말한다. 게데스는 성경에 몇 군데 더 언급되는데 도피성으로 지정된 갈릴리의 게데스는 원래 가나안 족속의 수도였으며(수 12:22),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이전에 이미 성소가 있었다.
이스라엘에게 정복당한 후에는 납달리 지파에게 분배돼(수 19:37) 납달리 게데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후에는 다시 레위인에게 양도돼 도피성으로 지정됐다(수 21:32).
사사인 바락의 고향이기도 한 게데스는 시스라와의 전쟁을 앞두고 납달리와 스불론 지파로부터 군대를 소집한 곳이다(삿 4:9~11). B.C. 733년에 앗수르의 디글랏빌레셀 3세에게 정복당한 후, 마카비 독립 시대에는 마카비 형제와 데메트리우스(Demetrius) 사이에 대격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텔 카데스에서는 고고학 조사에 의해 이미 청동기 시대에 사람들이 거주했음이 밝혀졌다. 2010년 6월에는 이곳 텔 카데스에서 2,200년 전인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주조한 약 25g 정도 되는 금화가 발굴됐는데, 이 금화에는 프톨레미 5세의 부인인 클레오파트라 1세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 새겨져 있다고 이스라엘이 발표했다. 오늘날 이곳은 이스라엘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이곳에서 보면 동쪽의 훌레 골짜기가 시야로 깊숙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