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바울이 2, 3차 전도여행 때 들른 에베소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엡 1:1)
에베소는 오늘날 터키 서부의 에게 해 해안 가까이에 있는, 터키에서 가장 많은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고대 에베소 지형은 지금과 달리, 바다가 육지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곧 고대의 에베소는 만을 낀 항구였다.
그러나 이 천연 항구는 카이스터 강의 진흙으로 서서히 메워져 지금의 에베소는 에게 해안에서 5㎞ 들어간 카이스터 강구에 위치해 있으며, 그 사이에 로마의 아르카디우스 황제(395~408년)에 의해 복구 작업이 이루어진 후 황제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아르카디아(아카디안) 도로가 나 있다.
에베소는 로마 제국이 소아시아를 지배할 때의 수도로서 당시 정치적으로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디옥과 더불어 로마 제국의 4대 도시 중 하나였다. 이곳은 각지의 물산이 모이고 흩어지는 항구였으며, 교통상으로도 동서양을 연결시키는 요지였다.
바울은 2차 전도여행을 가는 길에 에베소를 방문했고, 3차 전도여행 때에는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처음 방문했던 2차 전도여행 때에는 단순히 변론만 했으나 3차 전도여행 때는 마술사가 무려 은 5만이나 되는 분량의 자신의 책을 불태우고 회심할 정도로 전도의 큰 성과가 있었던 곳이다.
훗날 이 에베소에는 교회가 크게 성장해 오늘날까지 사도 요한의 무덤 교회와 마리아의 집터, 마리아 기념 교회의 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회교 국가가 된 터키에 속해 이슬람 성전들이 가득하게 되어 그 옛날 바울의 전도로 융성했던 기독교의 영광이 한낱 유적으로만 남아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해 주고 있다.
바울이 순교 직전 걸어간 길
“그러므로 주 안에서 갇힌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여”(엡 4:1)
바울에게 있어 에베소는 다른 지역의 교회보다 특별한 곳이었다. 그가 오순절 전,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에베소에 들를 수 없게 되자 에베소에 있는 장로들을 밀레도로 초청해 만날 만큼 그들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훗날 바울은 로마 감옥에 갇혀 있는 중에도 이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를 보내 성도 간에 하나가 되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그렇게 실천할 것을 권면했다.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엡 4:3~4).
로마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떨어져 있는 하늘계단 교회 지하에는 바울이 순교 직전에 갇혔던 감옥이 있다. 처음 이 길을 걸어갔을 때는 설명해 주는 이가 없어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갔으나 바울이 순교한 곳에 세워진 세 분수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세 번째 이 길을 걸어갔을 때는 이 길이 당시 바울이 육신의 발로 순교 직전에 걸어갔던 길임을 알고,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도저히 그냥 걸어갈 수 없어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찬송을 부르며 걸었다.
바울은 순교 직전 어떤 심정으로 이 길을 걸어갔을까? 아마 그는 모든 사명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는 자신을 사용하신 주님을 만날 소망을 가지고 담담하게 걸어갔으리라!
나도 바울의 심정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그가 걸었던 마지막 순교의 길을 따라 걸으며, 바울이 고백한 인생 승리의 개가를 묵상해 봤다.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 4:6~8).